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디저트를 언제 먹더라. 단것을 무지 좋아해 고속노화의 길을 향해 스피드를 올리고 있는 내 경우에는 단것을 혼자서도 찾아 먹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식사 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음료와 함께 찾아 먹을 것이다. ‘디저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고 청탁을 받았을 5명의 작가를 상상해봤다. 원하는 디저트를 하나씩 결정하고, 이 디저트를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그렇게 탄생한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최애 디저트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디저트로 소설을 써야 한다면 어떤 디저트를 선택할까. 오한기는 초콜릿을, 한유주는 이스파한을, 박소희는 젤리를, 장희원은 사탕을, 이지는 슈톨렌을 소재로 썼는데 각기 다른 디저트의 종류만으로도 작가의 개성이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경계가 무뎌진 오한기의 <민트초코 브라우니>는 동네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며 교습학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소설가 오한기가 주인공이다. 출판사에서 디저트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먹는 족족 싸는 똥에서 초콜릿 맛이 나는 작가를 상상하는 소설가는 동네 글쓰기 수업이 너무 인기를 끄는 바람에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장원장에게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오한기, <민트초코 브라우니>).
사망 후 인간의 의식을 젤리로 나눠 담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젤리가 된 사람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어떨까. “젤리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주황색 젤리는 죽기 전 사과하고 싶었던 여성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박소희, <모든 당신의 젤리>). 자주 다투는 친구들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던 연주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절교한 친구들. 둘은 남을 배려하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했던 연주를 떠올리며 함께 사탕을 먹는다(장희원, <박하사탕>). 이처럼 작품마다 디저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 어색해 견딜 수 없는 시간들에게 당의정이 되어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곰돌이 모양의 주황색 젤리를 다시 보니, 왠지 입에 넣기 어려워졌다. 몽블랑과 초콜릿무스케이크의 단맛이 서로 다르듯, 5편의 소설이 내는 이 달콤 쌉싸레함은 직접 읽어봐야만 음미할 수 있다.
“녹기 전에 먹으렴.”그 말에 나는 허겁지겁 아이스크림부터 먹는다. 그걸 보며 어머니는 비웃는다. “디저트부터 먹어 치우는 멍청한 것.” 나는 어둡고 어머니는 이물스럽다. /이지, <라이프 피버>,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