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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하나였다, RED 서포터즈 최지은, 최캔디에게 던진 6개의 질문
조현나 2024-07-30

FC안양의 서포터스 ‘RED’에 축구와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에 등장했던 두명의 서포터스, 최지은씨와 최캔디씨에게 대화를 청했다. 두 사람은 작품 안팎을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1. 언제부터 축구 보길 즐겼나.

최지은 내가 어릴 땐 프로축구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는데 교편을 잡고 계셨던 고등학교가 축구 명문이었다. 그때 축구를 처음 접했고 1996년 LG 치타스가 안양을 연고지로 잡으면서 축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헤비메탈 록을 좋아하는데 밴드 멤버 4~5명이 무대 위에 서 있으면 가슴이 뛴다. 마찬가지로 잔디밭에 팀별로 11명씩, 22명의 선수들을 보면 이들의 우정이 느껴진달까. 치고받으며 경기를 치르는 걸 보면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최캔디 제대로 축구를 알고 보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 즈음. 1996~97년 때 보면서 ‘아, 이게 진짜 프로축구구나’라는 걸 느꼈다. 축구는 하나의 취미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내겐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안양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애향심이 더 커졌다.

Q2. 안양 LG 치타스가 연고지를 서울로 옮긴 뒤, FC안양이 창단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오랜 공백을 어떤 마음으로 견뎠나.

최캔디 영화에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당시 자리를 지킨 친구들이 19명이었다.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축구팀을 다시 만들 수 있을 테니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주말마다 뭉쳤다. 그 19명 중 막내가 지금 서포터스 회장이다. (웃음) 축구팀들의 소식을 계속 살폈다.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실업축구단이 연고지를 택하려 할 때 철도청에 직접 찾아가 제안서를 내고, 또 상무 축구단이 연고지를 옮기려 할 때도 따로 제안을 넣었다. 그러다보니 9년이 흘렀다.

최지은 서포터스 구성원들도 독특하다. 대단한 인연이 있던 것도 아니고 뒤늦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인데, 같은 곳을 바라봐서인지 우리만의 끈끈함이 있었다. 서로를 다잡으며 안양에 왜 축구팀이 있어야 하는지 오랫동안 자료를 준비했다.

Q3. 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카바티>를 본 소감은.

최지은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도 여전히 감정이 요동친다. 우리의 역사를 기록해줘서 기쁘다. 1990년대에도 영화과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위해 종종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찍고 가곤 했는데 나바루 감독은 달랐다. 빈손으로 와선 하는 말이 “저 오늘 촬영 말고 형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왔어요”라는 거다.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질 않는다. 나바루 감독은 처음부터 우릴 대하는 게 달랐다. 촬영에 대한 욕심보다는 FC안양과 서포터스의 이야기에 관심이 더 많았다.

최캔디 과거를 추억할 수 있어 웃기고 뭉클했다. FC안양이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나바루 감독이 물었다. “형, 승원이(최캔디씨의 아들)랑 이렇게 다니면 좋죠?” “그래, 이게 울트라 인생이야!” 결국 경기를 져서 아들이 울었는데 영화에 그 모습이 들어가 있더라. 너무 좋았다. 내 머릿속에만 기억됐을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이 됐다는 것이. 아들은 재밌는 B급영화 같다고 하더라. 각본이 있는 진짜 영화 같다고. 그래서 말했다. “야, 진짜 영화 맞아!” (웃음)

Q4. 체감되는 서포터즈 문화의 변화가 있다면.

최지은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상당히 유해졌다. 예전엔 상대팀을 배척하는 방법이 훨씬 거칠고 과격했다.

최캔디 처음에는 서포터스 문화가 훨씬 강성이었다. 일본이나 유럽 문화를 접해와서 완전히 우리만의 세상이라고 여기면서 ‘당신들이 축구에 대해 뭘 알아!’라는 태도였다. 지금은 하나의 가족 문화가 됐다. 나처럼 과거의 젊은 팬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아이들이 생겼고, 같이 축구를 즐기며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더 조심하긴 하는데 예전의 강성 서포터로서 생각하면 과거의 에너지가 그리울 때도 있다. (웃음)

Q5. FC안양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어떻게 가능했나.

최캔디 안양 LG 치타스 시절에 우승도 하고 그랬지만 항상 잘했던 건 아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최지은 형과 술자리에 모일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꼭 했다. 그래도 우리 팀한테는 욕하지 말자. 그 기조가 점점 퍼지면서 FC안양 서포터스만의 문화가 됐다. 소규모 구단이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단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내 조카뻘이니까 그런 것도 적용을 하고.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아도 경기 내용이 답답하거나 하면 구석에서 각자 조용히 구시렁댈 때는 있다.

최지은 오랜 시간 서포터로서 활동해온 사람들이 일궈온 풍토인 건데,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니다. 가끔씩 서포터들이 게시판에서 이런 태도를 두고 싸우기도 한다. 사실 내가 FC안양을 이만큼 사랑한다는 건 영화를 통해 느꼈다. 그 사랑의 정의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가페와 필리아 그사이 어딘가에 서포터들의 사랑이 존재하지 않을까.

Q6. FC안양이 현재 K리그2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지은 서포터 입장에선 무척 좋다. 예전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컸는데, 팀 성적이 좋아지면 서포터스의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최캔디 인기를 크게 체감한다. 경기 당일 4~5시간 전에 티켓을 구매해도 됐었는데, 지금은 1~2주 전에 티켓을 미리 끊어둬야 한다. 그런데 성적이 바닥을 칠 때도 관중들이 자리를 지켜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별개로 우승했을 때 하는 셀레브레이션은 꼭 경험해보고 싶다. (그 순간도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을 텐데.) 안 그래도 두 감독들에게 찍어달라고 했다. 그때는 최지은 형이나 내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서포터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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