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지음 신혜빈 옮김 최순규 감수 문학동네 펴냄
10대 시절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환경운동가로 많은 이들이 그레타 툰베리를 떠올릴 것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그에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환경운동가가 있다. 바로 <버드걸>의 저자 마이아로즈 크레이그다. 이 2002년생 청년이 환경에 관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가족을 따라 새를 관찰하는 ‘탐조’ 활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7살 때 조류 325종을 관찰했고 여전히 세계에서 빅 이어(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정해진 지역 안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새를 보러 다니는 해)를 완수한 유일한 어린이”일 만큼 크레이그는 오랜 기간 가족과 세계를 누벼왔고 탐조 활동은 이제 그의 “삶의 패턴을 이루는 실”과 다름없게 됐다. 크레이그 가족의 열정을 알아챈 가 다큐멘터리 <트위치: 지극히 영국적인 취미>를 통해 이들을 소개하고, 크레이그가 본인이 관찰한 새들을 ‘버드걸’ 블로그에 정리해 올리면서 자연스레 그의 이름이 영국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희귀종 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환경문제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드는 걸 현장에서 목도한 뒤로 크레이그는 다양한 기후 위기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다.
<버드걸>은 총 12장의 챕터로 되어 있다. 시간 순으로 서술돼 차례대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중 2장, 9장, 12장을 특히 주의 깊게 볼 것을 권한다. 7살 때 영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노랑눈썹솔새’를 만난 벅참(2장)과 남극으로 탐조를 떠난 크레이그가 잊지 못할 경험을 한 뒤로 겪는 성장의 시기(9장),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새인 마다가스카르개구리매”를 마다가스카르에서 직접 만난 경이로운 순간(12장)이 각각 설명돼 있는데 챕터마다 현장감이 대단하다. 당시 상황과 본인 감정에 관한 묘사, 엄마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크레이그 가족이 겪은 가정불화에 관해 세심하게 표현된 덕인데, 이로 인해 탐조 활동 자체가 낯설 독자들에게도 간접경험의 감각을 일깨운다. 새들이 발붙일 장소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시급한 정황 또한 살갗으로 와닿는다. 노랑머리바위새, 칼부리벌새, 황금등산풍금새 등 보기 힘든 새들에 관한 삽화와 설명으로 각 챕터를 여는 방식 또한 책에 몰입할 요소로 작용한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이동경로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땅에 잠깐의 시간을 보내러 날아오는 한 마리 새를 바라보는 일은 둘도 없는 경험이자 희열의 극치이며, 아름다운 생명체가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되는 순간이다.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