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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상을 생성하며 스토리보드를 그때그때 수정해나간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 참석한 데이브 클라크 감독 인터뷰
박수용 사진 오계옥 2024-07-09

AI 영화제작의 현재를 논할 때 데이브 클라크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커피 한잔할 시간에 뚝딱 만들었다는 스포츠웨어 AI 광고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흔들었고, 연이어 발표한 <Another> <Borrowing Time> 등의 단편영화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뒷받침하는 자연스럽고 유려한 이미지로 AI 영화의 최전선을 개척했다. AI 영화 커뮤니티인 ‘큐리어스 레퓨지’(Curious Refuge) 강사로 활동하며 AI 영화 생태계 형성에 힘쓰는 그는 베를린과 칸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 연단에 오르며 전통적인 작업 방식의 영화인들을 만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서 만난 데이브 클라크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 처음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화제작에 발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년 전, 내 각본을 영화화하기 위해 여러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상 결과물을 미리 시각화할 수 있다면 설득이 더 용이할 거란 생각을 하던 차에 DALL·E와 피카랩스(Pika Labs)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광고계에서 일하며 인텔, HP 등과 협업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의 기술은 걸음마 단계였다.

- 매일 쏟아지는 혁신적인 기술을 부지런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AI 영화제작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 얼마나 체감하나.

=AI 업계에서의 한달은 일반 업계의 1년과 같다는 말이 있다. 사실 몇몇 표현에 한해서는 이미 실사와 AI를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아마 향후 1년 안으로 온전히 AI로 제작된 장편영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AI 영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분화할 것이라 예측한다.

- 자신을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한다. 이야기를 구상하고 전개하는 방식에 AI 기술의 특성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기술의 한계를 의식하며 이야기를 구상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꿈은 크게 꿔야 하니까. (웃음) 다만 각본 집필과 동시에 그의 구현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AI 툴의 장점이다. 때문에 각본을 먼저 완성하는 것보다는 영상을 생성하며 스토리보드를 그때그때 수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성형 AI의 기술력에 집중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근본 요소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붙잡을 효과적인 이야기다. 런웨이 젠3(Gen-3)가 생성하는 영상의 품질은 분명 압도적이다. 다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시퀀스로 조직되지 못한 컷은 그저 10초짜리 멋진 영상에 그칠 뿐이다.

- 작품 제작에 사용한 AI 툴의 목록을 자주 공개하고, 일종의 영업비밀일 수 있는 여러 노하우도 공유한다. 오픈소스 개발 문화와도 비슷하다 느꼈다. AI 영화 커뮤니티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명의 아버지로서 미래세대에 향후 산업을 이끌 기술을 전수하는 일에 사명감을 느낀다. 현재 영화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독창성의 부족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AI 영화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개방성과 수용성 또한 본받고 싶다. 실제로 현업에서 AI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그 사실을 숨기는 대형 제작사들이 존재한다. AI를 사용한다고 밝히는 것이 영화인으로서 커리어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 조언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하지만 AI를 만난 건 내 커리어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자발적으로 이 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혁신가들과의 연대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 근작 <Another>에서는 인간 배우를 실사 촬영한 컷과 생성형 AI로 구현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할리우드 등의 상업영화 현장에서는 실사와 AI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VFX 연출을 생성형 AI로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다. 나와 같은 독립영화감독에게는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더 큰 프로젝트에 도전할 방법이 되기도 한다.

- 많은 AI 아티스트의 고민이 고품질의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기 위한 좋은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당신만의 프롬프팅 노하우를 공유해줄 수 있을까.

=주요 피사체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날씨, 시간대 등 장면 전체를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메라의 움직임, 렌즈의 초점거리, 조명의 종류와 각도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 또한 효과적이다. 지금의 영상 생성형 AI는 영화제작의 기술적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뛰어나다. 그렇다고 모든 프롬프트가 길고 자세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뛰어난 장면을 생성할 수 있다.

-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온라인상에서 서비스되는 생성형 AI 모델은 범죄 오용을 막기 위해 폭력적인 표현 등의 생성이 차단되어 있다. 호러나 범죄 등 장르 문법에서는 불편한 제한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사실 현재의 미드저니로도 어느 정도 고어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특정한 프롬프팅의 방식만 파악한다면 말이다. 물론 아주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서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사용한다. 기술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진행된 후에는 더욱 큰 자유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 부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될 신작 단편영화 <봉화 밑에>(Below Bonghwa)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어머니가 한국 분이시고 <올드보이> 등 한국 장르영화를 보며 성장한 만큼 언젠가는 한국적인 호러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Below Bonghwa>는 경북 봉화군 광산에 갇힌 광부들이 9일간 생존했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광부들의 시점숏을 전부 생성형 AI로 제작했는데, 파운드 푸티지 스타일 특유의 질감을 구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 강사로 참가한 소감은.

=MIT에서 열린 비슷한 프로그램에 연사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멘토로서 참가자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경험은 처음이다.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영화제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올해 부천영화제가 AI 영화를 조명하는 방식은 다른 영화제들이 참고할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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