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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치동 스캔들’, 과거의 상흔 앞에서 스캔들은 뒷전
최현수 2024-06-19

대치동 학원가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는 윤임(소희)의 집에 10년 전 애인 기행(박상 남)이 찾아온다. 얼마 전 윤임이 담당하는 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부임한 기행은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소설가인 나은(조은유)의 근황을 이야기한다. 수년 전 뇌사상태에 빠진 나은이 조만간 호흡기를 뗄 예정이라는 말에 윤임은 자신을 괴롭힌 대학 시절을 다시 마주한다. 기행은 나은이 죽기 전 윤임에게 남긴 서류봉투를 건네고, 이 장면은 우연히 학부모에게 목격된다. 학원강사와 교사의 만남은 급기야 문제 유출 의혹으로 번지면서 윤임과 기행은 곤욕을 치른다.

학원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수인 감독은 전작 <독친>에 이어 두 번째 장편영화 <대치동 스캔들>에서도 사교육의 광풍을 소재로 활용한다. 수험생 자살을 주된 사건으로 선택했던 전작처럼 영화는 학원강사와 교사간의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 단톡방에서 시작한다. 강사들을 무한 경쟁 구도로 모는 원장의 태도와 입시를 위해 뻔뻔하게 언성을 높이는 학부모들에 대한 묘사는 영화가 입시제도의 모순을 지적하리란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대치동 스캔들>이 해소하려는 의혹은 입시 비리가 아니라, 10년 전 대학 동기였던 윤임과 기행 그리고 나은과 미츠오 사이에 벌어졌던 과거의 앙금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사교육이라는 소재를 통해 상흔을 회복하려는 영화의 접근법이다. 딸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그릇된 욕망을 드러낸 부모를 고발한 전작의 주제 의식에 비해 대치동이란 배경을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만다. 조금 더 사려 깊은 소재의 선정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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