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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캣퍼슨’, 만남은 어렵고, 이별은 더 어려워
김현승 2024-06-19

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 마고(에밀리아 존스)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로버트(니컬러스 브론)에게 호감을 느낀다. 건장한 체격, 클래식한 영화 취향, 그녀를 위해 밤늦게 음식을 사오는 자상함까지. 나이가 좀 많다는 게 흠이지만 로버트는 분명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데이트를 이어갈수록 처음의 설렘은 점차 공포로 변해간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건 남녀 사이 주도권을 강조하는 의미 없는 조언뿐이다.

잠자리 이후 마음이 변한 마고는 로버트의 곁을 떠나고 싶지만 혹여나 이별을 감당하지 못한 그가 자신을 해코지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단단히 엉킨 오해의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내 마고의 모든 인간관계가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캣퍼슨>은 <뉴요커>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는 강제성이 없어 보이는 관계에서조차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여성의 하루하루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남성의 사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녀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양쪽 관객 모두에게 공감대를 얻어낸다. 분란으로 가득한 서사가 마침내 혐오 시대의 돌파구를 가리킬 때 우리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연애의 온도차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서사만큼이나 영화예술 전반에 대한 애증도 돋보인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싸구려 영화 트레일러가 이야기 곳곳에서 반복되며 극에 입체적인 레이어를 구성한다.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영화’가 동시대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는 대목은 과감함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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