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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라이브’, 바깥으로 눈 돌리지 않는 밀실 스릴러
이유채 2024-06-12

ASMR, 댄스 커버, 간단 요리까지 그 어떤 콘텐츠를 올려도 연일 조회수 없음을 기록하던 초짜 유튜버 유나(박주현)에게 전화위복의 행운이 찾아온다. 망한 자기 요리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 설정 미숙으로 인해 라이브로 공개되면서 이목을 끌고 사과방송까지 대히트한 것이다. 삽시간에 구독자 70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된 유나는 완판 신화와 고액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의문의 인물에게 납치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차 트렁크에 갇혔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납치범으로부터 1시간 안에 6억5천만원을 끌어오라고 요구받은 뒤 살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드라이브>는 깔끔한 스토리 전개와 여성 드라이버의 호쾌한 자동차 액션을 선보였던 <특송>의 공동 각본을 쓴 박동희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로, 데뷔작에서도 그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나의 유튜버로서의 성장 스토리를 빠르게 압축하는 오프닝 시퀀스로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시작한 영화는 곧바로 주 무대를 트렁크로 옮겨 밀실 스릴러로서의 본 정체성을 드러낸다. 실제 트렁크를 사용해 사실감을 높인 공간 안에 주인공을 가두고 점진적으로 미션의 수위를 높여 인물의 심리 변화를 관찰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미스터리한 납치범과 비밀스러운 주인공의 과거를 들추는 플래시백의 유혹도 거의 끝까지 떨쳐낸다. 폐쇄적인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는 유나의 얼굴을 파리하게 밝히는 <유나TV>의 채팅창이다. 납치범이 유나에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할 때마다 벌떼같이 달려들어 타인의 불행을 유희로 즐기려는 사이버 구경꾼들의 존재는 질식할 것 같은 불쾌함을 안긴다. 카 체이싱 액션 신을 시의적절한 지점에 배치해 분기점으로 활용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트렁크에서 몸을 반쯤 뺀 유나가 매달린 차가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장면은 계속된 자극으로 무거워진 극 중 공기를 새롭게 환기하는 동시에 더 강력한 서스펜스의 세계로 안내한다.

공간 구성 변화가 거의 없는 <드라이브>의 단조로움을 상쇄하는 건 주인공 유나 역을 맡은 박주현의 다채로운 연기다. 박주현은 이해 불가한 상황에 놓인 인간의 당황스러움, 분노, 슬픔, 오기 등의 감정을 세밀한 표정과 몸짓으로 구현해낸다. 특히 끝의 끝까지 몰린 유나가 진심을 토해내는 후반부의 어떤 신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사위를 더욱 적막하게 만들어 인상적인 한순간을 선사한다. 주인공의 주도권을 빼앗지 않으면서 극에 적당한 활력을 불어넣는 국장 역의 정웅인과 형사 역의 하도권의 안정적인 연기도 눈여겨볼 만한다.

중반까지 순조롭게 달리는 <드라이브>는 막바지에 이르러 덜커덩댄다. 주인공의 주변부를 맴돌던 인물들이 마무리를 위해 중심으로 들어와 펼치는 행동들이 매끄럽지 못하고 사건과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드라이브>가 던져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디지털 윤리의식에 대한 경각심은 깊은 고민거리를 안기면서 씁쓸하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 제41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CLOSE-UP

트렁크는 <드라이브>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절대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들기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망각의 인간과 사람 목숨을 쥐고 흔드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 더 자극적인 걸 보여달라고 아우성치는 채팅방의 흉포한 얼굴들을 모두 실은 트렁크는 인터넷상에서 쉽게 부주의해지고 혐오 표현을 확산하고 정당화 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역할을 한다.

CHECK THIS MOVIE

<콜래트럴> 감독 마이클 만, 2004

<콜래트럴>은 실감나는 범죄 현장 구현으로 명성이 자자한 마이클 만의 범죄영화 세계에서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드라이브>가 그랬듯 사방이 뚫린 거리 대신 택시라는 밀폐된 공간을 주 무대로 하며 귀를 때리는 총성 대신 볼륨을 한껏 높인 음악을 껴안는다. 내 편 네 편 가를 사람 없이 오직 둘뿐이며 대화 주제가 무거워서 그렇지 사실 수다스럽다. 음악이 무르익고 운명적 만남이 이뤄지는 긴 오프닝 시퀀스를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 영화에 올라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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