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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쾌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시사 첫 반응

지난 5월15일(현지 기준)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뒤 고른 호평을 받아 더욱 열기를 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의 국내 언론배급 시사회가 5월16일에 열렸다. 새로운 퓨리오사 애니아 테일러조이의 활약, 실제 사막 로케이션이 가져다주는 사실감, 카 체이스 액션 시퀀스에 대한 기대까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 이후 9년 만의 신작에 대한 호기심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과연 <퓨리오사>는 마스터피스라 일컬어졌던 전편을 압도했을까. <씨네21> 기자, 평론가들의 시사 후 첫 반응을 전한다.

김신 평론가

전작이었던 <분노의 도로>의 인물들은 서로 내면과 사정을 캐묻지 않으면서도 등을 맡기는 과정에 이르는 과묵한 연대를 선보이곤 했다. 그들은 마치 속내를 털어놓는 연대는 시공간적 활력을 다루는 영화에 걸맞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작품에 굳이 논리적인 주석을 덧붙이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퓨리오사>는 불리한 조건을 간직한 프리퀄이다. 매혹적인 빌런과 집요한 심리극은 분명 눈여겨볼 요소지만, 전작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김철홍 평론가

<퓨리오사>를 보고 싶으면서도 안 보고 싶었다. 2015년작 <분노의 도로>가 구멍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퓨리오사>가 <분노의 도로>에 난 구멍들을 억지로 메꾸기 위해 존재한다면, 퓨리오사라는 소중한 캐릭터 역시 주인공이 아닌 마중물로 기억될까 우려됐던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다면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한다. 아니 오히려 더 기대해도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의 구멍을 완전히 메꿈과 동시에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인 ‘영웅 전설’(saga)이자 ‘대서사시’(epic)가 되었다. 그 구멍은 퓨리오사가 내뿜는 증오의 근원이다. 퓨리오사는 왜 그렇게 분노하는가, 그는 왜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가, 매드맥스라는 역사적 시리즈를 추동하는 에너지는 무엇인가, 역사가(감독)는 왜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가. <퓨리오사>는 인류사에 기록된 모든 전쟁들을 스크린에 소환하며, 인간의 뿌리 깊은 근원적 질문에 답을 내린다. 조지 밀러는 자신의 손으로 다시 한번,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 리스트를 갱신했다.

유선아 평론가

웰메이드 B 무비에서 느낄 수 있는 쾌 불쾌의 한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복수의 전사에 해당하는 야만과 폭력의 불쾌, 평야의 황무지에서 시도할 수 있는 온갖 기발한 액션의 쾌 사이에 <퓨리오사>가 있다. 조지 밀러는 복수의 카타르시스나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퓨리오사의 저력보다 복수의 서사적 명분과 그 절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소미 기자

말해지지 않아도 매혹적이었던 것을 굳이 설명하는 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아는 이름, 조지 밀러는 황무지의 지배자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와 동시에 만들었대도 이상하지 않을 치밀한 대위법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애니아 테일러조이의 뜨거운 불씨가 (이미 9년 전에 나온) 샤를리즈 테론의 잿빛 카리스마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감동적이지만 두편이 대척하는 독자성을 담보하는 점이 특히 감탄스럽다. 전편이 보여준 광기의 액션, 절제된 서사와 구태여 대결하려 들지 않는 이 프리퀄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우화다운 소멸과 고갈의 뉘앙스에 몰두하면서 감정에 관해서만큼은 비옥한 지대를 경작한다. 황무지의 법칙을 따르는 인간의 비장미, 야만과 절망의 러브 스토리로 추진력을 얻은 영화가 향하는 곳은 왼쪽 팔을 잃은 아이코닉한 여자주인공의 맥시멀리즘 복수극이다. 천일야화를 모티브로 한 전작 <3000년의 기다림>에서 보여준 에피소드식 구성, 시공간의 흐름에 대한 한층 환상적인 스타일이 최신의 조지 밀러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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