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를 이해하기 위해선 작중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의 역사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19세기를 맞이하기 1년 전, 당시 이탈리아는 나폴레옹 점령하에 회오리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위태로웠다. 로마는 나폴레옹 휘하에서 프랑스군의 지배를 받았으며 당시 교황인 비오 6세는 프랑스군에 투항하길 거부하다 감금지에서 생을 마감한다. 곧이어 새 교황을 선출하 콘클라베(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 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가 진행되고 교황 비오 7세가 선출된다. 비오 7세는 선출을 기념해 베네토 지역을 순방한다. 이중 산티냐시오 수도원은 새로운 교황을 맞이하기 위해 성대한 음악회를 준비한다. 한편 고아 소녀들을 대동해 음악회를 준비하는 페를리나 단장(파올로로시)은 음악적 영감이 고갈된 상태다. 그는 말은 못 하지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하녀 테레 사(갈라테아 벨루)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글로리아!> 속 소녀들은 가부장제와 경직된 가톨릭 조직의 계급의식에 눌러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희생당한다. 영화는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만 자아를 찾고 자리를 보전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한 여성들을 조명한다. 소녀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영화는 이들의 암울한 현재를 다분히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수도원의 안뜰을 청소하는 동안 일상의 몸짓으로 구성된 리드미컬한 교향곡을 상상하는 시퀀스, 자신들을 옭아매는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될 것만 같은 열정 속에 다섯 소녀가 용기를 내보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 소녀들의 내면은 활기찬 팝 멜로디의 형태로 터져나와 영화 전체를 채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은 감독의 커리어와 무관하지 않다. <글로리아!>로 장편 데뷔한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감독은 배우이자 가수다.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감독은 데이비드 파바넬로 음악감독과 함께 영화의 스코어를 직접 작곡했다. 영화속 여성들을 하나로 묶고 끝내 해방시키는 음악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마음속에 웅장하게 자리한다.
마르게리타 비카리오 감독은 <황금의 7인>(1965) 으로 잘 알려진 마르코 비카리오 감독의 손녀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의 피에 흐르는 고전 시네마의 유산도, 2020년대 여성 음악가로 살아가는 감독의 재능도 확인할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