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여름> <희몽인생: 아버지와 아들>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영화제를 방문했던 다큐멘터리스트 양리초우 감독이 신작 <훌륭한 피해자들>의 촬영차 지난 4월13일 서울을 찾았다. 양리초우 감독은 대만 내 소외계층이 처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훌륭한 피해자들>은 대만 내에서 벌어진 두 비극에 관한 취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훌륭한 피해자들>엔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살해된 딸을 둔 어머니, 야외 공연 중 불이 붙은 폭죽 염료에 의해 심한 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의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과실과 무관한 사고를 당한 가족을 두었다. 하지만 이들이 사건의 부당함을 소명할수록 진상이 규명되기는커녕 오히려 제삼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공격을 받았다. 살해된 소녀의 어머니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이후 출마해 국회의원이 돼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수많은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 폭죽 부상자들의 가족 또한 사고 책임자의 처벌과 관련 법규의 제정을 촉구했지만 “본인들이 놀다 다친 걸 왜 국가 보고 책임지라고 하나”와 같은 비난을 마주했다.
양리초우 감독은 이 두 사건을 접하며 한국의 4·16 세월호 참사(이하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이하 이태원 참사)를 떠올렸다. 수많은 국민이 참사 당일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목숨을 잃었지만 책임자 처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참사의 진상 규명과 이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정파적 공격이라 비난하는 무리가 존재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4월12일 한국에 입국해 김제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난 양리초우 감독은 4월13일 토요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하 세월호 10년 기억문화제)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호 10년 기억문화제에 참여한 양리초우 감독은 행사를 마련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두 유가족을 만나 인터뷰했다. 행사에 앞서 양리초우 감독은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 헌화한 후, 분향소 옆에 마련된 유가족 휴게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A씨를 만나 긴 시간 그의 사연을 경청했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수십년 전 한국에 온 중국인 A씨는 입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잃고 이태원 참사에서 동생을 떠나보낸 후 가족을 지키지 못했단 죄책감에 괴로웠던 시간을 밝히며 몇 차례 격한 슬픔을 내비쳤다. 양리초우 감독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 A씨를 인터뷰하는 내내, 서울시청 광장에선 세월호 10년 기억문화제를 위한 합창단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한영애의 <조율> 속 가사,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와 세월호 참사 추모곡인 <잊지 않을게>의 가사,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가 서울시청에 끝없이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