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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랜 클래식 채널이 되고자 했다”, 솔파 스튜디오 윤성원 대표, 이희철 감독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4-04-26

“다짜고짜 두 아이를 만나게 했다. 6살 아이들의 첫 만남.” 이제 막 서로의 눈을 마주친 두 어린이는 쑥스러움 가득한 안부를 묻고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 승패에 상관없이 천진하게 게임을 이어가는 두 어린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히기에 충분했다. 10인분 먹방, 깜짝 카메라 등이 트렌드처럼 퍼져나가던 2019년,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ODG>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아이유 팬이지만 아이유를 모른 척해야 하는 어린이, 베컴을 직접 만난 축구 소년, 박재범의 유치원 방문기 등 어린이의 생생한 감정을 담은 <ODG>는 명랑하고 재치 넘치는 기획을 발판 삼아 화제로 떠올랐다. 가수가 중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오디지 방송반>은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반응과 환호를 포착하여 일반 어른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 내의 그리운 풍경들을 담아낸다. 엉뚱하고 코믹한 실험이 담긴 <Film94>와 음악채널의 새로운 무대 감각을 자아낸 <HUP!>까지 솔파 스튜디오는 계속해서 고유한 시선과 감성으로 영토를 넓히는 중이다.

- 윤성원 대표는 이제 <ODG> 채널을 연출하지 않는다.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소회를 개인 SNS에 남기기도 했는데 현재 솔파 스튜디오의 운영 상황은.

윤성원 단순하다. 그냥 내 행복을 위해서 그만뒀다. <ODG> 채널을 처음 만든 2년 동안은 행복했지만 그 뒤부터는 창작자로서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이걸 더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 계속 연명해왔다. 그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연출자에게 <ODG>를 넘기려는 시도도 해보았다. 그런데 계속 실패했다. 내 기준이 너무 높았다. 워낙 소중하게 키워온 채널이라 완벽한 연출자를 찾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좀더 유연하게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집착과 난항의 시기를 2년 동안 거치고 나서 이희철 감독이 <ODG>를 완전히 맡게 되었다.

- 그렇다면 <ODG>는 현재 2기라 할 수 있을까.

윤성원 정확히는 3기이지 않을까. (웃음) 내가 열정을 다한 2년이 1기라면 다음 타자를 찾으려 노력하면서 길을 헤맨 2년이 2기에 가깝다. <ODG>에도 많은 변곡점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이희철 감독이 새로운 <ODG>를 연다. 이게 3기일 것 같다. 내가 <ODG>를 만드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ODG>가 지닌 채널 정체성과 감성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거라 믿었다.

이희철 그전에는 촬영감독으로 함께했다. 새롭게 연출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통과하는 중이다. 가끔은 외롭더라. (웃음) 이제 윤성원 감독이 겪었던 고독과 어려움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다.

- 5년 전 <ODG>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 어린이 출연자를 내세운 유튜브 콘텐츠는 많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나와 먹방을 하거나 춤추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속마음을 듣거나 어린이의 관점을 보여주는 형식의 콘텐츠는 드물었다.

윤성원 처음 채널을 만들 때부터 뚜렷한 색깔을 넣고 싶었다. 뾰족한 기획으로 시작한 콘텐츠다. 당시 어린이의 정서를 담는 채널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영상이 지닌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열성적인 팔로워도 생기고. 그런데 이제는 이전만큼 새롭게 느끼는 것 같진 않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ODG> 자체에도 규칙적인 포맷이 생겼다. 그게 우리의 목표였다. 오랜 클래식 채널이 되는 것. 하나의 대명사가 되는 게 채널의 목표 중 하나다.

이희철 아이들과 촬영할 때에는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한다. 촬영이 재미있게 흘러간 경우 대부분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편해할 때다. 그래서 어린이 출연자들이 오면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관계를 쌓으려 한다.

베컴 편

- 정제되지 않은 아이들의 언어나 태도가 오해받지 않도록 편집과 연출에 신경 쓰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윤성원 이것도 나름의 요령이 생겼다. 편집 단계에서 너무 예쁜 말만 내보내면 그것도 아이스럽지 않다. 다만 아이들은 어른만큼 디테일하게 사고하지 못한다. 타인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악수를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지만 어린이는 모든 게 낯설다. 그 낯섦에서 실수가 생길 때 그 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그 실수를 드러내는 정도 자체를 줄인다. 살짝 흘리는 정도. 그러면 물고 늘어질 사람이 100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싸움의 크기가 작아진다. 다만 이 갈등을 막을 수는 없다. 이건 이제 유튜브 세계의 자연현상에 가깝다.

- 촬영하면서 많이 웃었던 회차가 있다면.

이희철 <절대 쳐다보지 말 것> 에피소드.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고서는 양, 마술사, 힙합 댄서 등이 나와 묘기를 부리는 회차였다. 공부하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불쇼를 하는데 너무 웃겨서 더울 지경이었다.

윤성원 난 그때 전혀 웃지 못했다. 내가 연출이어서…. (시무룩한 표정) 동물, 사람 등 출연자가 너무 많아서 통제할 것이 많았다. 시간이 딜레이되면 빌고….

- 그러고서는 음악채널 <HUP!>를 운영했다. 재빠른 줌인과 줌아웃으로 색다른 무대를 꾸리는 콘텐츠다. 장비 부족을 보완한 약간의 꼼수도 보이는데. (웃음)

윤성원<ODG>를 시작하고 2년이 막 넘어갔을 때 채널 2개를 늘렸다. 하나는 <Film94>, 또 다른 하나가 <HUP!>이다. 언제나 영상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 분야에서 출연자와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잘 안됐다. 우리 장비는 일반 콘텐츠 전용에 가까운데 그걸로 하이엔드를 뽑아내려니 어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2년여 흐르는 동안 구독자는 20만명에 달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선 완전한 실패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꼼수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웃음) <ODG>를 촬영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직접 꾸리거나 미팅 자리를 찾는 등 땅을 다져오면서 내가 지금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한다. 모두 경험을 밑바탕 삼은 것이다. 장소가 협소하면 페인트 칠을 더 하고, 장비가 부족하면 기능을 활용하고, 편집이 어려우면 착시효과를 활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 예측하기 어려운 유튜브 시장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규칙과 흥행 문법이 있다면.

이희철 규칙이 없다는 게 규칙 같다. 보고 싶어 하는 걸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 정답이다.

윤성원 그렇기 때문에 썸네일이나 제목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번에 맥락을 이해시키는 것. 그렇게 호기심을 일구는 게 중요하다.

공통 질문

film94

1. 이게 되네? 구독자에게 우리 스튜디오가 각인된 콘텐츠는?

“'한국아이가 미국아이를 처음 만나면 하는 말' 편. <Hyun-ho & Carson> 시리즈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상은 300만뷰였는데 6천만뷰까지 다다랐다. 기대를 했음에도 기대를 초월한 콘텐츠.”(윤성원)

2. 예상보다 조회수는 낮았지만 애정하는 콘텐츠는?

“2년 전에 나왔던 <ODG> 선우정아 편. 정확한 제목은 <‘문 쾅’할 때 듣기 좋은 노래>다. 사춘기 아이들이 문을 쾅 닫는 모습과 <터트려>라는 노래가 엮여 나간 영상이었는데 마지막에 선우정아님 퍼포먼스가 나올 때 전율 같은 게 느껴졌다. 생각만큼 조회수는 높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이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