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난 디아스의 데뷔작 <먼 곳에서>가 출간됐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었던 <먼 곳에서>는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트러스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책이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책 톱10, <릿허브>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톱2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바다에서 시작하는 <먼 곳에서>는 온갖 전설로 치장된 호크라는 남자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살인자, 사자를 맨손으로 잡는 자, 인디언 추장이었지만, 소설은 이내 그가 아직 어린아이이던 시절의 고향, 스웨덴으로 시계를 돌린다. 호칸 쇠데르스트룀은 찢어지게 가난한 스웨덴의 농가 출신으로, 형 리누스와 함께 아메리카로 가는 배를 탄다. 문제는 배에 타기 직전 형을 놓친 데다 그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 뉴욕으로 가는 줄 알았던 배는 샌프란시스코에 닿고 호칸은 뉴욕으로 향하는 막무가내의 여정에 오른다. 서부를 무대로 압도하는 자연의 힘과 인간 군상의 처절한 생존극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속에서 주인공은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고독해지고, 또 고독해진다는 점에서 코맥 매카시의 소설 <핏빛 자오선>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카우보이가 아닌 남자가 서부에서 살아남는 법을 그린다는 면에서는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 <퍼스트 카우>와 나란히 놓고 보아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될 듯하다. 에르난 디아스는 소설 초반 극빈한 호칸의 스웨덴 시절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그 극한의 가난 속에 드러나는 것은 호칸이 얼마나 형의 보살핌을 받았는가 하는 정서적 충족감이며 이 선명한 따스함은 소설 내내 불쑥불쑥 튀어나와 호칸과 독자를 미치게 만든다. 에르난 디아스는 영어를 못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호칸이 간단하게나마 의사소통을 하기 전까지 사실상 언어적으로 배제된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독자 역시 운명에 멱살을 잡혀 끌려다니는 그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논리 없는 폭력이 자행되는 소통 불가의 세계, 그 안에서 깨닫는 (존엄 없는) 실존의 고독과 구원 없는 삶을 견디기. 이토록 많은, 뛰어난 작가들이 그때 그 시절 서부에 반복해 되돌아가는 이유를 새삼 알게 하는 소설이다.
283쪽호칸은 이야기를 원하지 않았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고, 고독 말고는 다른 목표도 없었기에 모두를 피하기가 더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