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닫아줄래? 우리 학교는 4년에 한번, 4월9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 전교생이 게임을 하나 해. 투표용지야, 받아둬. 강제성은 없어. 설명, 이어갈게. 어느 반으로 갈지 선택하면 그에 따라 각자 등급이 정해져. 첫째, 우리 반이 아니면 F등급이야. 우리 반 말고도 여러 반이 있고 수업을 쨀 수도 있는 건데 이게 모두 같냐고? 응, 뭐든 우리에겐 1도 도움이 안돼. ‘다양성 존중’ 이러면서 놔두면 멀텅하게 지는 거야.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은) 공수처와 야당, 일부 언론이 결탁한 정치 공작.” “집에서 쉬는 것도 (기호) 2번을 찍는 것과 같다.” 높은 분들 입에서 이런 엮어치기, 갈라치기가 왜 나오겠어?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야. 적과 친구를 구별하지 않으면 학교생활 못해.
순순히 우리 반에 들어온 친구들은 일단 C등급. 실망한 눈치네. 평소 뭘 얼마나 했어? 투표 한번으로 상위 등급이 될 거라 기대했어? 맨입으론 못 주겠다, 몸값 올리고 싶다? 그럼 잠깐 ‘부동층’ B등급으로 가 있어. 우리도 다 잡아둔 C보단 B를 더 신경 써야 이기는 거긴 하지. 물론 B는 게임 끝나자마자 강등이고, 우리도 더는 웃어주지 않을 거야. 아, 반 구석의 쟤들은 뭐냐고? D등급 ‘내부총질러’들. 같은 반이라서 더 위험한 녀석들을 진작에 찍어뒀어. 적들이 욕하는 건 우리한테 유리하게 역이용할 수도 있지. 하지만 D가 우리 반을 비판하면 이건 ‘누가 봐도 잘못’이라는 증거로 쓰여. D가 ‘쓴소리 소신파’로 잘나가는 꼴도 못 봐주겠고 말이야. 확실히 짓밟아줄게. “내가 왜? 난 F가 아닌데” 이렇게 항변을 하던데, 밖에 있는 F보다 가까운 D가 만만한 법이야. D들아, 그냥 다른 반으로 도망쳐, 지금이야!
이제 이 학급의 핵심, 우리 A등급을 소개할게. 모두 동등하게 한표씩 갖고 학급을 고르잖아? 너희가 고를 그 학급은 누가 만들었을까. 총선 때도 보면 “정당투표에선 인물을 못 고르지만 지역구 투표는 정당성이 있다” 이러는 애들이 있더라. 하! 멀~텅하긴. 지역구 투표지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게 다 유튜브에 후원금 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전을 짜고, 내부총질러에게 문자폭탄, 조리돌림, 공천 감산점을 먹이고, 동지들에겐 체리 따봉을 날려주는 이 사회의 A급이 짠 거야. 5·18 시민을 음해한 후보, 목함지뢰 피해 군인을 모욕한 후보도 A가 밀면 경선 통과. 그 공천을 취소할 수 있는 것도 A. 기레기들은 ‘강성’, ‘골수’, ‘팬덤 정치’라고 비하하지만 열성 있는 사람이 더 큰 기회를 갖는 게 공정과 상식 아닌가? 나 같은 A들이 어디까지 할지 예상이 돼? 난 안되는데.
다른 반에 투표해봤자 소용없어. 거기도 피라미드가 있고 A등급이 있으니까.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자”? ‘그때그때 승패가 갈릴 뿐 A도 F도 없는 평등한 게임’으로 바꾸자? 각반 A등급을 모두 부숴버려야 가능한 일이야. 왜 그렇게 힘들게 사니? 그냥 편하게 C등급이 돼. 그리고 노오력해서 A로 올라가라고. 그럼 지금부터, 제22대 전교 피라미드 게임, 시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