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여성 캐릭터 주연의 영화들이 평론가의 혹평은 물론이고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매슈 본 감독의 <아가일>, 젤다 윌리엄스 감독의 <리사 프랑켄슈타인>, 에단 코언 감독의 <드라이브어웨이 돌스>, S. J. 클라크슨 감독의 <마담 웹> 등이 여기 해당한다. 지난 2월14일 미국에서 개봉한 <마담 웹>은 8천만달러에 달하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9600만달러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마담 웹>은 슈퍼히어로영화 팬들에게 외면당한 것은 물론 평론가들로부터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평론 포털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12%의 신선도를, 메타스코어에서는 26점을 기록했다.
<아가일>은 앞뒤 맞지 않는 스토리라인과 화학작용이 미적지근한 두 주연배우의 연기로 ‘폭망’ 상태다. 이 영화는 총 2억달러가 소요됐으나 세계적으로 9200만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33%의 신선도를, 메타스코어에서는 35점을 받았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리사 프랑켄슈타인>과 <드라이브어웨이 돌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리사 프랑켄슈타인>은 고 로빈 윌리엄스의 딸 젤다 윌리엄스가 연출을 맡고 유명 시나리오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각본을 맡아 관심을 모았으나 로맨틱코미디나 호러 등 장르적 특성을 크게 살리진 못했다. 1300만달러의 제작비를 소요했으나 세계적으로 9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여성 캐릭터 주연 영화들이 선전하지 못하는 모습은 최근 USC 아넨버그 인글루전 이니시에이티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023년은 <바비>의 성공으로 여성 중심의 영화가 크게 각광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여성 주연 영화의 총 제작 편수가 30% 감소했다(2022년에는 44%까지 증가했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한동안 미국 영화시장에서 비주류 계층과 소수인종의 출연 및 제작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보였으나 실질적인 발표로는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여성들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스크린에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올라오기 위해서는 여성감독과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여성 주연 작품들이 미비한 작품성과 함께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연달아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여성 영화인의 입지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