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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 <황야> 마동석
임수연 2024-02-01

<황야>의 남산에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마동석이고, 언제나 그랬듯 마동석은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악당을 응징할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산과 지완(영)이 아끼는 마을의 소녀 수나(노정의)를 구하기 위해 미치광이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군림하는 아파트로 떠나는 초반의 전개는 효율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렇게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액션 시퀀스로 곧장 진입하는 <황야>는 제작과 주연을 겸한 마동석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먼저 제안하면서 시나리오 개발부터 함께했다고.

= 디스토피아물을 만든 변승민 대표가 또 다른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다며 제안해왔다. 내가 써둔 8페이지짜리 디스토피아물 트리트먼트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작가와 함께 각색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허명행 감독과는 배우와 무술감독으로 20여년 동안 수십 작품을 함께했다. 그는 보기에만 좋은 액션보다 드라마와 캐릭터에 맞는 액션을 함께 생각한다. 액션영화가 아니더라도 연출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가 감독 데뷔를 할 만한 시나리오를 몇편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황야>가 새로운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연출을 제안했다. 그리고 두편의 영화를 연출한 허명행 감독은 그동안 내가 알고 겪은 감독 중에서도 최고 중 한명이다.

-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황야> 역시 제작과 주연을 겸한다. 제작자로서 관객이 기대하는 재미를 확실히 충족하는 영화를 추구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고 “요새 웃을 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한번 웃을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고 오늘 하루는 유쾌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응하는 글을 봤다. 나는 그런 게 좋다. 엔터테이너로서 엔터테이닝한 것을 만들고 싶고, 영화 역시 그런 마음으로 제작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다양성보다는 액션 위주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복싱을 30여년 동안 한 것도 영화에서 내가 선보이는 액션은 가짜가 아니라 실제로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내가 출연하는 엔터테이닝한 작품들이 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성룡이 성룡 영화에서 성룡으로 나오듯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제작자로서 준비 중인 작품 중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어떤 시기가 지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 특히 <황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동석의 이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남산 캐릭터에 끌어온다. 내 편일 때 든든하고, 특유의 유머로 심각한 분위기를 풀어주며,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캐릭터 활용이 뻔한 클리셰로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아는 맛을 잘 구현한’ 김치찌개처럼 다가온다는 점이다.

= 액션영화에서도 변칙적인 캐릭터를 추구할 수 있겠지만 <황야>를 준비할 때 모아진 의견은 남산이 마동석과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지구가 멸망하면 마동석은 저렇게 될 것 같다’는 포지션을 꼭 가져가고 싶었다. (웃음) 드웨인 존슨처럼 본인의 영화에 본인으로 출연하는 캐릭터 배우가 되고 싶다. 기시감을 이겨낼 만큼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고, 그런 연구가 없다면 캐릭터 연기는 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 대사가 재미있는지, 이 상황에서 이 행동이 적합한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며 검열한다. 같은 형사 혹은 복싱 선수 역할이라도 그 안에서 디테일을 쪼개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동석에 가까운 캐릭터에 새로운 세계관과 액션을 접목하면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

- 마동석의 존재는 <황야>에서 초반부에 필요한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단축시켜준다.

= <황야>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다. 액션영화의 본질적인 쾌감과 통쾌함을 잘 살리려면 앞부분의 드라마를 잘 쌓아야 한다. 그래서 캐릭터의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려고 했다. 대사가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부산행>에서 좀비들과 싸울 수 있다고 해서 옛날에 운동을 했다든지 하는 과거사가 나오지는 않지 않나. 내가 출연하면 그 캐릭터가 싸움을 잘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웃음) 관객이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을 깔고 가기 때문에 내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도 있다.

- <황야>처럼 제작과 주연을 겸할 때와 <백수아파트>처럼 제작만 참여할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

= 제작과 주연을 겸할 때는 크리에이티브한 면에 집중한다. 배우가 시나리오 작업을 같이하면 오히려 디테일한 부분까지 파고들 수 있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 어느 신이 중요하고 어디에서 힘을 빼야 하는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후배 배우들에게도 직접 글을 많이 써보라고 조언한다.

- <이터널스> 등 할리우드 경험이 영화 제작자 마동석에게 주는 영감도 많겠다.

= 굉장히 크다. 사실 한국 촬영 기술은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젠 할리우드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할리우드 현장은 규모가 정말 크다. 한국처럼 스탭이 100~200명 정도 되는 줄 알고 <이터널스>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겠다는 지인이 있었다. 여긴 총을 차고 다니는 경호원만 200명이고 현장 스탭이 1100명 정도 되는데 말이다. (웃음) 제작비 3천억원 사이즈의 마블 영화를 찍으면서 눈으로 보는 광경이 안 믿기는 깜짝 놀랄 경험을 했다. 두달 동안 나무를 심고 실제 숲을 만드는 데 그런 곳에서 연기를 하면 블루 스크린에서 찍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내게 영감을 준 것은 세계관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터널스>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수십년에 걸쳐 빌드업되어온 과정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은 이야기도 그 안에 나름의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 <황야> 안에도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세계관을 확장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고민하게 됐다.

-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포함해 좋은 조건으로 논의 중인 해외 프로젝트들이 여럿 있는 걸로 안다. 어떻게 이런 딜이 가능했나.

= 십수년 전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함께 작품 구상을 해왔다. 오랫동안 그들과 스킨십이 있었다. 출연에만 의미를 뒀다면 여러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존 윅> 시리즈도 계속 제안이 들어왔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한국 작품을 할 때는 여기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터널스>는 마침 시기가 잘 맞았다.

- 올해 <범죄도시4>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 <범죄도시4>는 지금까지 시리즈 중 모니터링 시사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묵직한 드라마와 색다른 액션, 강력한 코미디가 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독특하고 마니아적인 공포 액션 영화다. 웹툰 등 다른 매체로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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