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의 날은 원창묵 전 원주시장, 권칠인 감독 등 정치인과 영화인, 아카데미를 추억하는 아친의 친구들까지 13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부 행사의 핵심인 아카데미 친구들의 활동 보고는 아친의 오현태씨가 맡았다. 2021년 아카데미극장보존회 발족을 시작으로 2023년 문화재청 등에 등록문화재 지정 촉구 의견서 제출, 철거 현장 고공 농성까지 담담히 발표를 이어간 그는 ‘당신의 기억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제시하는 마지막 순간에 결국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2부는 4명의 아친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순서로 시작됐다. 아친의 최은지씨와 고공 농성을 자처했던 ‘반장님’ 윤홍식씨는 2023년 원주 시민운동가상으로 받은 상금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마이크를 잡은 윤홍식씨는 “여러분에게 얘기도 안 하고 혼자 몰래 올라가 걱정을 끼쳤다. 그만큼 절박했다”며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아카데미에서 촬영한 단편 <남아 있는 순간들>을 연출한 원주 출신 고승현 감독은 “우리 지역에 아카데미라는 극장이,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이곳에서 계속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작품이 가수 BMK의 뮤직비디오에 쓰이면서 생긴 저작권료가 후원금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 마지막엔 아친의 향후 활동 계획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발표를 맡은 아친의 최은지씨는 “2024년은 아친에게 굉장히 중요한 한해가 될 것 같다”며 “아친이 지역 공동체로서 더 튼튼히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새로 갖춰 모임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문화민주주의로 나아가도록 사례 조사, 정책 연구 등을 진행하고 인터뷰집, 다큐멘터리 제작 등 투쟁 과정을 잘 기록해 우리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계속 알릴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한 소중한 투쟁’, ‘우리 진짜 위대하다. 그때도 지금도!’ ‘아친을 향한 응원 한마디’와 ‘아친 활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함께 공유하면서 장내에는 훈훈함이 더해졌다. 진행을 맡은 아친의 이주성 수호대장과 팟캐스트 ‘원주 아는 척’ 진행자이자 원주 청년생활연구회 소속 전우재씨가 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읽을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친과 함께해주십시오!” 행사에 참석한 전원이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모든 순서는 마무리됐다. 2024년 아카데미 친구들은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고 기억 속의 극장을 부표 삼아 아카데미 너머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