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됐다. 수상작인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을 포함해 모두 일곱 작품이 실렸다.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상 실제 사건에 모티프를 얻은 작품을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는데, 이번 책에는 당선작인 <해녀의 아들>과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이 각각 제주 4·3 사건과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해녀의 아들>의 주인공인 형사 승주는 휴가를 맞아 집에 왔다. 해녀인 어머니를 만나러 간 그는 어머니의 친한 친구인 해녀 영순이 물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에서는 사고사라 생각하고 조사 중이지만 승주의 어머니는 영순이 살해당했으리란 추측을 내놓는다. 뜻밖에도 단서는 승주의 아버지, 그리고 4·3 사건으로 뻗어간다. ‘작가의 말’에 박소해 작가는 “<해녀의 아들>은 미스터리만이 해낼 수 있는 해원굿입니다”라고 적었다. 후반부에서는 치솟는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워지는데 그 과정을 통해 죽음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특수 설정 미스터리인 홍정기 작가의 <팔각관의 비밀>은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한 작품. 팔각형 마니아인 재벌 회장이 생일 파티 중에 갑작스레 사망하는데, 이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바로 망자라는 설정이 유머러스하다. 맨 마지막 순간에 등장하는 다잉 메시지까지도. 9년 만에 성공한 옛 학생을 만난 주인공이 회상하는 과거를 그려낸 홍선주 작가의 <연모>는 제목으로 연상하기 어려운 패턴으로 흘러간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돌던 학생 소형이 OMR 카드에 낙서한 “재미없어”, “죽고 싶어”라는 모스부호를 읽어낸 민우는 소형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소형이 전학을 가고 민우는 기자로 취직하면서 연이 끊긴다. 이제 성공한 사업가가 된 소형이 민우와의 인터뷰에 응하는데, 과거를 맴도는 대화는 기묘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발표되는 미스터리 단편소설의 발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소설집.
144쪽“되도록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마음을 바꾸고 너희를 쫓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