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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조정석을 위한, <파일럿> 김한결 감독
남지우 사진 오계옥 2024-01-12

잘나가던 파일럿에서 한순간 실직자가 된 정우(조정석)가 뜻밖의 신분 세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현시점 공개된 한줄의 시놉시스만 읽더라도 <파일럿>은 주인공이 조정석일 때와 아닐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파일럿>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다.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로 개봉 당시 신인감독의 놀라운 흥행력을 보여주었던 김한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시대 희극지왕 조정석을 만난다. 공개된 정보 외에는 작품의 많은 요소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파일럿>은 올해 가장 예측 불가능한 기대작이다.

- <D.P.>시리즈를 연출하고 <약한영웅> 시리즈를 제작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제안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고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 2021년 충무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전에 <차이나타운>이 ‘코인락커 걸’이라는 원제를 달고 돌아다닐 때 시놉시스를 본 적이 있다. ‘이 사람은 누구지?’ 호기심이 들 정도로 예사롭지 않았다. 엄태구, 고경표, 배유람 등 건국대학교를 다닐 때 인연이 있던 연기과 친구들도 <차이나타운>에 많이 캐스팅됐었다. 결정적으로는 <D.P.>를 너무 재밌게 봤었고 그래서 실제로 뵙게 됐을 때 스타 감독님을 만나는 기분이었다(웃음). 한준희 감독의 기획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안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 현시점에서는 출연진으로 조정석만 공개했을 만큼 강력한 조정석 원톱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배경을 설명한다면.

= 그 후 한준희 감독을 혜화역에서 다시 만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초고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배우가 이미 캐스팅되어 있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조정석 배우와 전화 통화를 시켜주셨다. 바로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3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더라. 조정석이라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 <파일럿>을 연출하기 전 조정석이 지닌 배우로서의 능력치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나.

= <질투의 화신>을 보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공효진과 부딪치며 날아가는 몸 연기가 있다. 멋있는 척 걸어가다가 몸을 사리지 않고 넘어진 뒤 뻘쭘해서 일어나는 장면이었는데, 어떤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배우에 홀딱 반했다. 연출 미팅마다 원하는 캐스팅을 물어오면 “조정석 선배님이면 너무 좋겠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러던 차에 <파일럿>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정말 ‘성덕’이라고 생각한다.

- 조정석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엑시트> 이후 차기작이다.

= 그뿐만 아니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정말 잘되지 않았나. 이분이 캐스팅되면 일단 덕을 보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완전 최고를 달리고 있는 배우가 이미 캐스팅되어 있다는데, 부담감은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에 이어 다시 한번 코미디다.

= 첫 영화를 본 친구들은 “딱 네 영화 같다”고 하더라. 학교 다닐 때도 왜 단편영화는 항상 진지하고 심각해야 하나 생각했다. 20분을 보더라도 웃으면서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가장 보통의 연애>도 내가 주변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풀어냈고 누군가가 이걸 재밌게 봐주기를 바라며 썼던 작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코미디 <파일럿>은 지극히 나다운 선택이다.

- 드라마에서는 코미디가 주류지만 상업영화에서는 관객몰이가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영화 연출자로서 장르의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나.

= 웃기려고 썼는데 내가 먼저 웃어버리면 아무도 웃지 않는다. 코미디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연기에서도 대본에서도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하지 않으면서 결국 웃음을 유발하는 아이러니를 이용하려고 했다. 이걸 ‘웃픔’의 정서라고 말해도 될까. ‘배우들을 놀게 해준다’라는 말을 선배 영화인들로부터 배웠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처럼 접근하다 보면 의도가 읽힐 수 있으니까. 코미디는 배우에 기대는 부분이 큰 장르다. <파일럿>에서는 조정석이 그 몫을 다 한다.

- <파일럿>에서는 조정석을 충분히 놀게 해주었나.

= 약간의 후회도 있지만… (웃음) 많이 내려놓으려고 했다. 조정석은 말맛이 좋고 몸을 잘 쓰는 배우다. 그래서 애드리브를 많이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그는 아주 ‘정석적’이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모두에게 미리 공유하고 카메라워크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연습한다.

- 조유진 작가의 시나리오다. <1승> 등 신연식 감독과 공동 작업을 하고 강풀 원작의 드라마 <마녀>를 집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과 각색하며 신경 쓴 부분은.

= 작가님의 당시 예비신랑이 파일럿이었다. 프로 작가이고 자료조사를 정말 많이 한 상태에서 완성된 초고였기에 이야기 구조는 손댈 구석이 없었다. 나는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입체성을 구현하는 쪽으로 접근했다. 원래도 대사를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조정석이라는 배우 자체의 재료가 워낙 호감형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부분, 매력적인 부분, 비호감 부분까지 직접 만들어주면서 입체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항공영화로서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 <비상선언> 같은 규모의 영화는 아니지만(웃음), 당연히 비행기 안도 나오고 밖도 나오고 특수효과도 들어간다. 총 50회차 촬영 중 2회차는 태국에서 비행장과 공항 등을 오가며 촬영했다. 항공재난 영화는 접해봤지만 코미디로는 접해보지 못했던 와중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떠올랐다. 극 중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비행기 조종사로 위장하며 벌이는 이야기가 한 꼭지 나온다. <파일럿>의 결과물도 그런 느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기대하는 스코어는.

= <파일럿> 제안을 받고 난 뒤 꿈을 꿨다. 꿈에 공효진 배우가 나와 빨간색 가방을 선물해줬다. <질투의 화신> 때문인진 모르겠는데(웃음), 전작을 함께하고 나서도 한번도 꿈에 나온 적이 없었다. 그리고 <파일럿> 연출을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 공효진이 나오는 빨간 가방 꿈을 꾸었으니 스코어에도 좋은 기운이 있을 것 같다.

<파일럿>의 이 장면

“극 중 주인공인 정우가 도심을 달리는 장면이 있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이 장면은 죄책감과 해방감, 위트와 간절함까지 녹아 있는 ‘진짜 연기’가 필요한 어려운 신이었다. 그 장면 속 조정석 배우의 표정, 몸짓, 동작 모두를 좋아한다. 큰 스크린으로 다 같이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제작 쇼트케이크, 무비락 / 감독 김한결 / 출연 조정석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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