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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용된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빌런의 서사, ‘에코’ 시드니 프릴랜드 감독, 배우 알라콰 콕스, 빈센트 도노프리오
남지우 2024-01-11

드라마 <호크아이>의 빌런 ‘마야 로페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새 시리즈의 주역으로 돌아온다. 전작에서 뉴욕의 범죄조직 트랙수트 마피아를 이끌고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 호크아이(제러미 레너)와 케이트 비숍(헤일리 스타인펠드)을 무자비하게 쫓던 마야. <에코>는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성장했던 그의 어린 시절로 시계를 돌려 한계를 넘고 또 넘는 새로운 악인의 정체성을 발굴한다. ‘마야/에코’ 역의 알라콰 콕스, ‘킹핀’으로 돌아온 빈센트 도노프리오, 그리고 <에코>의 메가폰을 잡은 시드니 프릴랜드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MCU 페이즈4를 선두에서 이끌 배우 알라콰 콕스의 국내 첫 인터뷰다.

- 2022년 9월, 케빈 파이기가 <에코> 프로젝트를 “아주 특별하며 아주 다른” 작품이라 소개하며 제작을 공식화했다. 곧 공개될 <에코>는 어떤 점에서 다르고 특별한가.

시드니 프릴랜드 에코가 <호크아이>의 빌런이라는 데 흥미를 느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회색지대에 인물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악당성에 기대 우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블과 나는 기존에 허용된 경계를 넘어서고, 낯선 일에 빠져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러한 테마에 훌륭한 출발점이 될 킹핀을 등장시켰다.

빈센트 도노프리오 킹핀을 연기하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이다. 킹핀은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마블 특유의 구조에 기반하면서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캐릭터다. <에코>는 내가 이 캐릭터를 원하는 톤에 훨씬 더 가깝게 연기할 수 있었던 완벽한 무대였다. 찰리 콕스와 함께 <데어데블: 본 어게인>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정말 기대된다. 이 작품도 감정적으로 거칠고 육체적으로 폭력적인 톤으로 나아갈 것 같다.

- 주인공 마야와 알라콰 콕스에겐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마야와 알라콰는 둘 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성장했다. 에코는 방황하는 청소년처럼 행동하는 한편 본인은 최근 엄마가 되었다. 만화 원작 캐릭터이자 MCU 캐릭터인 마야와 에코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알라콰 콕스 청각장애인 연기 코치와 함께하며 마야를 이해하고 감정을 구현하고자 했다. 내겐 마야와는 다른 종류의 트라우마가 있다. 3살부터 12살까지 여러 번에 거쳐 다리 수술을 받았다. 마야는 자신이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세상과 부딪히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며 그와 연결될 수 있었다.

시드니 프릴랜드 마야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면서 청각장애인이지만 절단장애인이라는 사실 또한 숨기고 싶지 않았다. 더 포용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지닌 특이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가능한 한 스토리에 반영하려고 했다. 다수의 적에 맞서는 액션 시퀀스가 시작되기 전에 그의 의족이 한컷 등장한다.

- 마야를 음성 대사가 아닌 수어로 연기하고, 다양한 몸짓언어로 감정을 표현했다. 마야와 일대일로 자주 만나는 킹핀은 그와 소통하기 위해 수어통역 비서를 대동하고 다닌다. 캐릭터를 연구하며 시선, 대사 처리 등을 어떻게 준비했나.

알라콰 콕스 미국 수어를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많은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나는 영어 수어를 사용해왔는데, 엄연히 미국 수어와는 다르다. 촬영장에 수어 컨설턴트가 있어서 문법과 수어 사용법을 교정받고 함께 대본의 모든 정보를 이해한 뒤 연기했다. 이번 촬영은 내게 수어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도전이었다.

빈센트 도노프리오 서로의 언어로 연기하고 반응한 그 순간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알라콰와 얼굴을 마주 보고 찍은 장면은 감정적으로 매우 격렬했다. <에코>는 캐릭터를 인간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들의 실제 삶과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하려 했다. 연기는 결국 언어와 상관없이 감정으로 작동한다.

시드니 프릴랜드 연출자로서 마야의 시점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고민했다. 음소거를 활용한 오토바이 신이 소리와 침묵을 통합한 연출의 결과다. 청각장애는 유전 가능성이 있다. 이야기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이면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했고, 카트리나 지르 보겔이라는 놀라운 배우를 찾아 마야 어머니 역을 맡겼다.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 <에코>는 처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염두에 두었나. 이 등급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시드니 프릴랜드 정말 모르겠다. (웃음) 몇달 전 내부 상영을 진행하는데 청소년관람불가 로고가 뜨더라. 묘사의 수위는 마야 캐릭터와 상황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미국 중부 오클라호마에서 성장한 청각장애 원주민 소녀가 뉴욕에 도착해 킹핀 조직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주어진 일을 특별히 잘하지 않으면 그 수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그의 직업에서 폭력적인 측면을 파고들었다. 마블의 의지와 개방성이 이 부분을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 빈센트 당신은 데뷔 36년차 배우다. TV시리즈 <로 앤 오더>를 시즌10까지 끌고 왔다. <데어데블> 이후 오래간만의 복귀이기도 하다. 당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캐릭터 킹핀과 시리즈 <에코>는 어떤 의미가 있나.

빈센트 도노프리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다. 배우 알라콰 콕스에 대해 꼭 말하고 싶다.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가 시리즈를 이끌게 된 건 정말 큰 기회다. 그리고 알라콰가 그것을 멋지게 해냈다.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강렬한 힘을 지닌 캐릭터를 인상적인 방식으로 소화했다. <에코>는 아버지와 딸에 가까울 정도로 감정적인 두 인물의 관계를 그린다. 마블의 새로운 얼굴인 알라콰와의 만남에 의미를 두고 킹핀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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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