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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레센도’, 증오와 경쟁으로 얼룩진 시대에 예술의 역할이란?
김현승 2023-12-27

3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미국 텍사스주에 도착한다. 이들은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본선 진출자들로, 나이와 국적은 물론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예술은 스포츠와 다르다. 원칙적으로 예술에 줄 세우기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경연이 시작된 이상 탈락자와 순위가 발생하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예술에 점수를 매기는 콩쿠르의 본질적인 모순은 음악을 대하는 예술가들의 태도를 통해 점차 해소된다.

<크레센도>는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본선부터 결승까지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경연 결과가 잘 알려진 까닭에 영화는 온전히 참가자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집중할 수 있다. 세계 정치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협회가 러시아 선수의 참가 자격을 박탈했다. 예술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지만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젊은 아티스트의 ‘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를 허용했다. 피아노 연주가 무아지경에 이를 때 나이와 국적은 사라지고 음표와 인간의 순수한 열정만 남는다. 증오로 얼룩진 시대에 세상을 향한 예술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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