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새로 부임해온 젊은 신부는 전임사제의 백발을 염색하며 “순종하며 지내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늙은 신부를 배웅하고 성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교도관들이 찾아와 살인범의 종부성사를 부탁한다. 사형장에서 죄수를 기다리는 동안, 답답하고 음울한 긴장이 흐른다.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살인범은 뜻밖에도 앳된 얼굴의 소년. 신부는 사형수가 미성년자라 생각하고 그를 구해보려하지만, 사형수는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 Review
“신념을 가지세요. 그러면 이루어집니다.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믿음을 지니세요.” 어린 죄수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비치지 않는다. 사형을 언도받은 소년이 사제를 위로하고 충고를 건네며, 영혼의 구원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할 신부가 혼란스러워하며 되레 설교를 듣게되는 이 이야기는 1954년에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년이 사형 ‘집행’을 당하는 순간은 그가 아버지 살해를 ‘집행’하던 당시와 교차한다. 하얀 수의와 피묻은 칼, 소년을 묶은 포승줄과 아버지의 발을 묶은 밧줄을 번갈아 비추지만, 영화는 소년범의 가족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대신 마지막 순간만을 포착한다. 아이로니컬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믿음과 행동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황선우 ji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