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아카데미극장이 결국 철거됐다. 원강수 원주시장이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영화인 행동과의 대화를 약속하고 철거 작업 유보를 지시한 지 3일 만인 10월28일 아침, 보존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철거 강행 소식을 접했다. 이날 현장 진입을 놓고 원주시의 용역업체와 시민 단체가 물리적 충돌한 가운데 경찰은 6명을 체포했고, 이에 시민 3명이 잔존한 극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벌였다. 고공 농성 3일차인 지난 30일, 원주경찰서와 철거업체가 중장비를 동원해 고공 농성 시위자들을 연행하고 철거 작업을 재개했다. 31일 원주시의회 본회의에서 김혁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제안했지만 여야의 격돌 끝에 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주경찰서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공 농성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은 11월1일 검찰에서 기각됐다. 현재 아카데미극장은 “1층 전면부, 극장주가 살던 가정집을 제외하면 거의 사라진 상태로 11월2일 현재 전통시장 오일장이 열려 잠시 철거가 중단됐지만 이번 주말이나 이르면 다음주쯤 완전히 사라질”(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 김귀민씨)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1963년 9월 단관 극장으로 문을 연 뒤로 올해 개관 60주년을 맞은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 자리를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보존측은 11월12일 오후 2시 원주에서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연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및 철거 중단을 촉구하는 온라인 탄원 운동(영화인 및 관객 서명 1194명, 영화 및 문화예술단체 42곳, 10월25일 기준)을 펼쳐온 영화인 행동의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이번 싸움이 단순히 건물을 지키려는 시도가 아니라 “멀티플렉스로 대표되는 21세기 산업이 담아내지 못하는 영화 문화를 단관 극장을 매개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비록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는 의미는 잃었지만 이번 현장에서 보여준 지역민의 의지와 활동을 이어가는 의미로 12일에 열릴 시민대행진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역공동체, 영화인, 문화예술인 등 모두의 싸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