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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야자키 하야오의 심경이 오롯이 반영됐다,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송경원 2023-11-03

스튜디오 지브리에는 세명의 천재가 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 이들은 지브리뿐 아니라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틀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중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는 지브리의 살림꾼이자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실질적인 개척자다. 스즈키 도시오는 길이 없으면 새로 만들어가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불완전하고 무모한 프로젝트를 끝내 완성해냈다.

- 미야자키 하야오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 거짓말쟁이! (웃음) 천연덕스럽게 아이디어를 던졌다가 다음날 되면 시치미를 뗀다. 미야자키는 내가 그렇다고 하고. 은퇴를 한다고 해놓고 계속 돌아오지 않았나. (웃음) 그가 거짓말쟁이라서 다행이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면서도 계속 함께 여정을 걸어왔다. 이번 작품 속 주인공 마히토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면 왜가리는 나를 모델로 했는데 두 캐릭터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지난 세월을 보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사실 오리지널 스토리다. 감독 본인의 자전적 기억이 반영된 걸로 알려졌는데.

= 미야자키 감독은 매번 제목을 정해놓고 작업을 한다. 타이틀이 내용을 결정한다고 해도 좋겠다. 예를 들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때 배급사에서는 <바람의 전사 나우시카>로 바꾸고 싶어 했는데 그럴 경우 아예 다른 영화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왔는데 본인이 잘 모르는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마히토는 굉장히 어두운 면을 지닌 소년인데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고백이기도 했다.

- <바람이 분다> 이후 정말 은퇴를 했다고 여겼는데 또 한번 복귀했다.

= 미야자키 감독이 거짓말쟁이라고 했지만 실은 그는 입이 매우 무겁고 신중한 사람으로 진심이 아니면 말을 꺼내지 않는, 솔직한 사람이다. 은퇴를 선언했을 때 매번 진심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 불교에 선(禪)이란 개념이 있는데, ‘지금 이 장소에서의 생각’을 의미한다. 미야자키 감독이 정말 그런 분이라 오전의 생각과 오후의 생각이 바뀐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금 미야자키 하야오의 심경이 오롯이 반영된, 해야 할 말이 쌓인 결과다.

- 2016년 각본 작업이 시작됐으니 제작 기간만 7년이 걸렸다. 장편 제작만 3년이 걸린다며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결국 7년이었다.

= 이제껏 작업한 것이 평균 3년 정도가 걸렸을 뿐 이번에는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시간과 예산을 투입할 작정이었다. 예산을 확보하고 거기에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작비와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최고의 퀄리티를 목표로 만든 거다. 솔직히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성향으로 보아 1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짧은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웃음)

- 제작비 전액을 지브리가 부담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이다. 당신은 일본의 제작위원회 모델을 만든 장본인인데, 이번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이유가 있나.

= 미야자키 하야오의 복귀작이다. 해보지 않았던 방식과 완성도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을 거라 판단했다. 솔직히 <바람이 분다> 이후 체력적인 문제로 더이상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상황을 뒤집을 만큼의 간절함과 의지가 있었다. 기간이 무한정 늘어나면 제작위원회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니 지브리의 힘으로 해내야 했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위한 케이스다.

- 미야자키 감독의 경우, 더이상 은퇴는 없고 이미 차기작을 제작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 이제 굳이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은퇴는 없다. 다만 차기작은 아직 아예 언급도 없다. 적어도 앞으로 1년은 혼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마주하지 않을까 싶다. 차기작은 그다음에야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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