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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판타스틱하게, 스타일리시하게, 프랑스 리얼리즘 SF 걸작 <애니멀 킹덤>

솔직해지자. 프랑스산 SF영화를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군다나 프랑스-작가-SF-걸작-블록버스터를 만나는 건 그야말로 희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공개된 후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토마스 카일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멀 킹덤>이 바로 이 귀하디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의 배경은 사람을 천천히 동물로 변신시키는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세계고, 줄거리는 프랑수아(로맹 뒤리스)가 짐승으로 변해가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에밀(폴 키르셰), 지방 경찰(아델 엑사르코풀로스)과 함께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는 내용을 담는다.

여기서 다시 한번 솔직해지자면, 고전 <인어공주>를 차치하더라도 <울프맨> <버드맨> 등 영화에서 반인반수 돌연변이 캐릭터는 사실 그리 새로운 모티브는 아니다. 그럼에도 <애니멀 킹덤>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단순히 프랑스산 SF영화라서가 아니다. 카일리 감독이 그의 전작들에서 선보인 장기,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되 현실은 더 현실적으로, 판타지는 더 판타스틱하게 만드는 그만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덕분이다. 감독은 반인반수들이 등장하는 숲속 장면을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대신, 한 장면도 빠짐없이 프랑스의 누벨아키텐 국립공원에서 로케이션 촬영했다. 이 작품에서 더 중요한 건 단순한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특수효과를 넘어 부자 관계, 트랜스미션, 차이, 차별 같은 굵직굵직한 주제들에 관한 철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나이트 샤말란’(<알로시네>), ‘<아키라>와 <기묘한 이야기> 사이’(<프리미어>), ‘카프카적 변신’(<르몽드>), ‘시네마의 야수’(<피가로>), ‘진짜 털 난 영화’(<르 주르날 뒤 디망쉬>) 등등 <애니멀 킹덤>은 10월4일 전국 427개관 개봉 후, 40개의 프랑스 대표 언론사를 통틀어 4.4/5점의 후한 별점을 받았고(이는 올해 개봉한 작품 중 가장 좋은 별점을 받은 작품 중 하나다), 5일 만에 18만1천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초가을까지 계속된 여름 날씨 탓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가장 적은 관객수를 기록한 10월 첫주 개봉 성적(총 143만명)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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