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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아영화의 창 ‘강변의 착오’ 웨이슈준 감독, 이성을 상실했을 때 마주하는 감정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3-10-20

1991년생 웨이슈준 감독은 부산영화제와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중국의 뉴 제너레이션 중 한명이다. 첫 장편영화 <세상의 끝>을 포함해 신작 <강변의 착오>까지 4편의 장편이 모두 부산에 소개됐으며, <강변의 착오>가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것을 포함해 총 4번이나 칸을 찾았다. 비간, 구샤오강 감독 등과 더불어 중국의 주요 신진감독으로서 왕성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의 신작 <강변의 착오>는 “내가 자랐던 중국의 90년대를 재현해 그때의 정서와 의미를 이해하고 싶었다”란 감독의 바람대로 90년대 중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16mm 필름의 노이즈와 시종일관 내리는 비의 습기는 담배의 공기를 효과적으로 상기시킨다.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하고 형사 마제는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던 중 자아의 분열을 겪는다. 자신이 좇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변모하는 세계에서 안정적인 삶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고심한다. 이른바 불확실성의 세계 귀퉁이에서 고통받는 개인의 혼란을 그리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이나 <큐어> <차가운 피> 등 형사물의 외피에 20세기 후반의 시대적 분열을 내재했던 동아시아 작품들과 하나의 궤를 그리는 듯하다.

영화는 “운명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한 어구로 시작한다. “인물들이 겪을 운명의 전조를 예언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란 웨이슈준 감독의 의도처럼 <강변의 착오>는 불가해한 운명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무력감으로 가득하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등장한 한 아이는 경찰복을 입고 폐건물을 거닌다. 건물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바깥의 황량한 공사 현장만을 바라본다. 이 기묘한 장면의 의미는 “주인공 마제가 상상하지 못한 수사의 운명적 결과를 겪게 될 것을 비유하는 복선”이다. 요컨대 <강변의 착오>가 택한 주안점은 어떠한 인물이 “논리적 인과나 경험, 인지에서 벗어난 외부적 상황과 충돌했을 때, 그렇게 이성을 상실했을 때 마주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강변의 착오>가 택한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마제의 사무실이 극장 무대 위에 설치돼 있단 점에 있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독특한 환기를 유도한다. “인물들이 마제의 수사 과정을 객석에서 쳐다볼 때 마제는 마치 연극이나 각본 속의 인물처럼 보인다. 그리고 또 한발 떨어져 본다면 <강변의 착오>를 보는 관객들도 마제가 영화 속 인물임을 더 효과적으로 깨닫게 만든다.” 즉 메타 영화의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마제의 감정에 이입하되 인물 바깥의 상황적 배경도 고심하도록 섬세하게 설계한 영화의 구조다.

영화의 후반부, 마제는 꿈속에서 본인의 사무실이 있는 극장 객석에 앉아 불타는 필름의 이미지를 바라본다. 감독은 “극장을 이성의 방으로, 또 필름을 마지막 남은 이성과 논리, 그리고 기억의 끈”으로 설정했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필름이 지닌 수많은 상징성을 하나의 답으로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엔 봉준호, 박찬욱, 나홍진 등 거장들의 범죄 스릴러를 경험한 베테랑 관객들이 있는 만큼 <강변의 착오>가 겉보기에 비슷한 영화들과 다르게 뻗어가는 지점을 포착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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