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 저널리스트로 명성과 존경을 동시에 얻은 아우구스토 공고라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던 배우인 그의 아내 파울리나 우루티아는 그를 성심껏 보살핀다. 아우구스토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가고, 파울리나를 점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간다는 점을 빼면 이들의 일상은 우아하고 평화롭다. 파울리나는 아우구스토에게 책을 읽어주고, 연습 중인 역할의 대사를 읊어주며, 집 주변을 함께 산책한다. <이터널 메모리>는 아우구스토를 위한 파울리나의 영상 촬영에서 시작해 백발 연인의 현재를 지나 암울했던 독재하의 민주화운동 시절로 돌아간다.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역동했던 당시를 열성적으로 취재하던 아우구스토의 모습이 담긴 푸티지 필름은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지나온 과거와 칠레의 역사를 겹쳐두고 함께 돌아본다.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은 역사와 사람 모두를 기록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이 다루는 인물의 명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사적 과거가 불필요하게 채색되었다는 점에서는 어느 유명 인사의 쇠락을 기록하는 과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아우구스토는 역사를 통해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