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가였고 지금은 주로 영화감독이라 불리는 오재형씨에게 자기소개를 요청한다면 아마 그는 이렇게 답할지 모른다. “안녕하세요. 피아노 치는 오재형입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것도 피아니스트로 전향한 것도 아니다. 다만 20살 무렵 좋아서 시작한 피아노가 서른 중반이 된 지금도 좋을 뿐이다. 이젠 피아노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는 한 공연기획자로부터 연주와 영상을 결합한 독주회를 제안받는다. 다큐멘터리 <피아노 프리즘>은 한 청년의 일상 브이로그 같기도 하고, 어느 종합예술인의 영상 포트폴리오 같기도 하다. 오재형 감독은 피아노학원에서 레슨을 받고 작업실에서 창작하는 주요 일과를 소개하고, 거리를 오가며 보고 들은 것과 떠오르는 상념을 나눈다. 영화는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돼 음성해설과 자막을 모두 제공하는데, 감독은 음성해설을 내레이션으로 활용하고 일상 모습과 건반 치는 손을 하나의 장면에 병치해 단조로움을 피한다. 그동안 작업한 댄스필름,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 작품들로도 스크린을 채운다. ‘오재형의 비디오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선보이는 후반부에서 그가 보여주는 좋아하는 것을 향한 끊임없는 움직임이 극을 희망적인 결말로 이끌며 계속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