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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들, 월드컵에 참패했다
2002-06-10

한국전 있던 날 저녁 문닫은 극장도, 전반적으로 40% 관객 감소, <해적, 디스코왕...> 선전‘대체로 흐림, 6월4일, 10일, 14일 폭우, 가끔 맑음’. 한국을 휘감고 있는 월드컵 전선이 극장가의 날씨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친선경기가 있던 5월26일부터 본격화됐던 극장가의 ‘월드컵 비수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한국이 폴란드를 꺾고 48년 만의 쾌거를 이루던 지난 6월4일, 극장들은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화요일 기준으로 평균 5500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던 서울극장의 경우, 4일에는 3천명 정도만을 기록했다. 그나마 월드컵 동시상영 이벤트에 몰린 900명을 제외하면 2천명 수준으로,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셈이다. 중앙극장도 지난해 이맘때면 평일에도 1천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왔으나, 이날은 600여명만이 자리했다. 강기명 팀장은 “월드컵 이벤트를 찾은 400여명의 관객 덕분에 이 정도 성적을 냈다”고 토로한다. 특히 한국전이 열리던 8시 무렵의 상황은 참담하기까지 했다. 월드컵 이벤트가 열리던 상영관들이 완전매진을 기록한 반면, 다른 상영관에는 8∼20명의 관객만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주변부의 이른바 ‘날개 극장’은 더욱 어려워, 저녁부터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근 경우도 많았다.한국전의 흥분이 잠시나마 가라앉았던 6일은 현충일을 맞아 모처럼 극장가가 사람들의 물결로 넘실거렸던 날이었다. 특히 이날 개봉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개봉 첫날 서울 5만3천명, 전국 15만8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6월1∼2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묻지마 패밀리>가 이틀 동안 서울에서 4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금요일을 포함해 사흘 동안 전국 14만3천여명을 끌어들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치인 셈이다. 제작사인 기획시대는 서울 37개관 40개 스크린(1만2700석), 전국 154개관 162개 스크린(5만2천석)을 통해서 개봉한 이 영화가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6일까지 서울 9만8천명, 전국 24만4천명을 동원하고 있는 <묻지마 패밀리>도 6일 서울에서 2만여명, 전국에서 5만2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4일에도 이 영화는 5개 극장에서 연 월드컵 이벤트를 통해서만 2500여명을 끌어 모으는 등 비교적 나쁘지 않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후 흥행 호조를 보이는 <취화선>도 월드컵 열풍을 꿋꿋이 헤쳐나가고 있다. 4일 서울 5천명, 전국 1만2000명을 동원했던 이 영화는 6일 서울 2만, 전국 5만2천명의 관객을 모아 개봉일과 비슷한 성적을 나타냈다. <취화선>은 6일까지 전국 75만명을 불러모으는 등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극장가는 한국팀의 선전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시네마서비스의 최종윤 실장은 “월드컵 기간 중 평소보다 40% 정도 관객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6강에 진출하게 되면 정도도 더 심해지고 불황 국면도 더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