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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공식작전’, 들통났어도 끝까지 진행시키는 익숙한 작전
김철홍(평론가) 2023-08-02

때는 1987년. 평범한 외교관인 민준(하정우)은 출세를 원한다. 특별한 연줄이 없어 남들이 기피하는 중동 지역에서만 활동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그가 원하는 미국 발령은 여전히 가망 없어 보이는 그때, 민준은 레바논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현재 납치 감금당해 있으니 자신을 구해달라는 한 외교관의 절박한 SOS를 수신한 민준은, 그렇게 미국을 향한 흑심을 품은 채 직접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한다. 인질범에게 몸값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복잡한 국내 상황은 민준의 ‘비공식 작전’을 공항에서부터 꼬이게 만들고, 한바탕 소란 끝에 민준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도움을 받아 즉흥적인 임무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민준에겐 또 하나의 신경 써야 할 거리가 생기는데, 그건 전직 사기꾼인 판수가 호시탐탐 달러로 가득한 민준의 가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 <터널>을 통해 관객 동원력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이 드라마 <킹덤>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계속해서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냈던 감독은 이번 신작 <비공식작전>에선 인물들을 어떤 공식도 통하지 않는 내전 국가에 던져놓는다.

바깥에선 끊임없이 총소리가 들려오고, 어느 날 사람 한명이 사라져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만 같은 1980년대 베이루트를, 감독은 모로코의 세 도시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끝에 사실감 있게 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영화 속 민준과 판수의 모든 동선은 늘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비공식작전>은 복잡한 매력을 지닌 작품은 아니다. 1986년에 실제로 벌어졌던 레바논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무사 귀환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132분을 직진한다.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장기를 살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하나의 위기를 넘긴 주인공들을 보여주며 관객을 일단 안심시킨 뒤, 바로 다음 순간 모든 것을 전복시키며 새로운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레이스를 보는 동안 근래 개봉한 여러 편의 영화가 뒤섞여 떠오른다는 것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피로도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을 이끄는 두 흥행 배우의 연기가 건조한 영화에 유머와 활기를 불어넣기는 하지만, 이 또한 익숙하게 느껴져 아쉽다.

복잡한 일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내려요.

한편의 버디 무비라 할 수 있는 <비공식작전>의 한축을 담당하는 민간인 판수는 처음엔 이 작전에 끼고 싶지 않아 한다. ‘택시 운전사’인 그는 돈만 밝힌다. 그랬던 그가 언제 유턴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또 하나 재미 포인트다.

CHECK POINT

<의형제> 감독 장훈, 2009

<비공식작전>은 떠오르는 영화가 많은 작품이다. 머나먼 타지에서 펼쳐지는 탈출 액션과 납치된 인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협상 과정 등은 몇편의 한국영화를 쉽게 연상시킨다. <비공식작전>은 특히 서로를 믿지 못하던 두 남자가 우정을 쌓는 버디 무비의 공식을 따르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인 <의형제>는 버디 무비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훌륭하게 담아낸 보기 드문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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