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6일 수요일 오전 11시,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록영상 발굴공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의 기록물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한국 근현대사 관련 기록영상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수집 중이다. 올해 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전후 당시 미국과 국제연합(UN)의 전후 복구 실상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은 “현재 190여분에 달하는 24개의 영상을 수급했고 연말까지 130여 영상을 추가로 수집해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영상 수집 및 공개 사업의 의의를 정리했다. 시사회엔 김홍준 원장과 김기호 학예연구팀 차장을 포함해 발굴 및 연구의 핵심 연구진인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해 기록영상을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총 11편으로, 이중 6편은 현재 KMDb 홈페이지의 기록영상 컬렉션 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열람 가능하다.
김기호 차장에 따르면 영상자료원의 기록영상 발굴사업은 “대량 수집이 아닌 실효성 있는 수집”에 주안점을 둔다. 김기호 차장은 “한국 근현대사 관련 영상 중 가급적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대상으로 수집하지만 기존 수집본에 비해 화질이 좋은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수집한다”는 원칙을 공개했다. 그는 “기록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화질인데, NARA의 경우 연구자들의 열람 및 자유로운 복제를 위해 저화질의 영상을 제공한다. 영상자료원은 원본 필름과 필름 스캔본을 대상으로 2K 디지털 시네마 데이터와 HD 마스터 동영상 형태로 기록물을 수집한 후 활용 관리에 제약이 없는 한 KMDb 웹사이트에서 HD 해상도의 영상을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라 전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엔 주로 미 주둔 지역의 미군들이 한국인들과 전후 복구에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발굴된 영상엔 미군들이 자신들의 인도주의를 홍보하기 위한 시혜적 구도가 주로 드러난다. 이에 관해 강성현 교수는 “사각을 볼 필요가 있다. 미군 주둔에 의한 폭력을 은폐하려는 촬영 주체의 의도가 포함된 영상이긴 하지만 그 이면엔 미군의 의도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재건 사업에 임하는 한국 지역민들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강성현 교수는 “지역사 연구 차원에서도 이 영상들은 중요하다”며 “해당 지역의 중요한 건물의 역사가 자세히 촬영됐고 건물이 지어질 때 포착된 거주민들의 표정이 자료에 다양한 맥락을 부여한다”며 발굴된 영상들의 학술적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대부분의 영상은 1953년부터 1971년까지 진행된 미군대한원조(AFAK, Armed Forces Assistance to Kore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촬영된 기록물이다. 사업 시작 전 미국은 한국의 전시·전후 재건 활동을 자국에 소개하고 이를 냉전의 사상심리전 도구로까지 활용하기 위한 TV시리즈를 제작 중이었다. 이를 위해 미 극동사령부 영상팀은 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 서울팀의 한국 교육 재건 활동을 촬영해갔다. 당시 전쟁으로 망가진 영등포국민학교의 수업 현장 모습이다.
인천 화도진의 화도예배당의 건설 공사 장면이다. 화도교회는 한국 선교 역사와 인천 지역사 모두에 중요한 건물이다. 해당 영상은 상량식으로 추정된다. 성경처럼 보이는 책을 교회의 기둥 안에 넣는 장면이 담겨 있다.
1960년대 이후의 영상은 흑백이 아닌 컬러로 촬영됐다. 밤이 되자 ‘젖소표 대한마아가린’, ‘한국타이야’ 등의 네온사인이 켜진 1964년의 서울 야경이 이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