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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러브 라이프’, 사랑의 가변성과 용서의 가능성을 겹쳐보는 담담한 안티-로맨스
김소미 2023-07-19

시청 복지과에서 일하는 타에코(기무라 후미노)는 남편 지로(나가야마 겐토), 아들 케이타와 안락한 가정을 꾸린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지로의 부모와 긴장 관계를 유지 중이고, 갑자기 나타난 지로의 직장 동료가 옛 애인인 것 같아 의심이 들지만 영화는 일단 그런 타에코의 위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내버려둔다. 산재한 불안의 파편들은 지로 아버지의 생일 잔치 도중 케이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비로소 하나의 상(像)으로 모인다. 새 국면을 알리는 얼굴은 수년 전 홀연히 집을 나갔다가 부랑자의 행색으로 장례식에 나타난 타에코의 전남편 신지(스나다 아톰)다. 타에코는 케이타의 생부인 신지만이 자신의 죄책감과 공명할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젖고, 청각장애인인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수어 통역을 돕는다. 이 무렵 지로 역시 고향에서 옛 연인과 조우하게 된다.

<러브 라이프>는 비극적 사건을 경유해 사랑의 범위를 일대일 관계 바깥으로 확장하려는 인물들을 그린다. 때로 황당한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가변적인 감정의 행로가 ‘막장’ 멜로드라마의 통속적 묘미를 안기는 동시에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속 인간의 자유의지를 시험하는 일본영화의 어떤 조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하모니움> <옆얼굴>로 주목받은 후카다 고지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등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촉발되어 돌연 미묘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내면의 충동을 탐구한다. 그중에서도 <러브 라이프>는 고도의 아이러니를 통제하지 않는 분방함으로 가득 차 있다. 모노가미(독점혼), 애도와 회복, 용서에 대한 때로 끈질긴 연쇄 실험인 <러브 라이프>는 분명 인간 마음에 대한 통념의 재고를 이끄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투박한 후반부는 약간의 의구심을 불러낸다. 작중 한국 인물과 함께 뜻밖의 무대로 향하는 <러브 라이프>의 종반은 타 문화를 재현하는 시선과 프로덕션의 완성도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을 상상하게 한다. 급작스러운 죽음, 수어와 침묵으로서 환기되는 대화,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 등 기시감을 불러내는 설정들도 또 다른 질문거리다.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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