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9일 칸영화제로 향하는 임권택 감독은 만감이 오갔다. 스스로 ‘멍에’라고 표현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두 어깨를 짓눌렀던 탓에 이로부터 해방되고픈 욕구가 절실했다. 아무리 칸영화제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영화제라 해도 그에게 칸의 상은 도달해야 할 고지라기보다는 누락된 통과의례에 가까운 것이었다. 결국 그는 26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감독상을 손에 거머쥔 채 60여년의 세월 중 가장 벅찬 순간의 하나를 맞이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후 만 40년 동안 98편의 영화를 만들어낸 임권택 감독은 1981년 <만다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이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걸쳐 세계 영화계의 중심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후 <씨받이> <길소뜸> <태백산맥>과 <춘향뎐> 등이 3대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세계 평단에 임권택의 이름을 새겨왔다. 올해 칸에 진출한 <취화선>에 대해 프랑스의 저명한 평론가 막스 테시에는 “미학적으로 굉장히 아름답게 묘사됐고, 메시지도 강하다. 내가 본 임권택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고 평했다. 시상식장에서 그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 임권택 감독에겐 영광과 기쁨보다 오랜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이 먼저 다가왔다.
칸에서의 첫수상을 계기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에 관한 해외평론가, 기자의 글을 싣는다. 이중 프랑스 <르 몽드>의 영화기자 장-미셸 프로동이 한국영화의 선전을 축하하며 보내준 특별기고문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어떻게 소개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기자시사회가 영화제 일정 뒷부분에 몰려 있는 탓에 뒤늦게 접하게 된 <르 몽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현지 언론의 <취화선> 리뷰는 임 감독이 감독상을 받게 된 배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오랫동안 임권택 감독을 연구해온 미국 데이비드 제임스 교수와 일본의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의 기존 저서도 요약 소개하며,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샤를 테송의 이야기도 다시 한번 싣는다. 귀국 직후 가진 임권택 감독과의 인터뷰는 세계의 찬사에 대한 그의 심경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문석 ssoony@hani.co.kr
▶ 임권택을 바라보는 다섯개의 시선
▶ 미셸 프로동의 특별기고
▶ <르몽드> 장 프랑수아 로제
▶ <리베라시옹> 필립 아주리
▶ 샤를 테송의 <춘향뎐>론
▶ 데이빗 제임스의 ‘임권택: 한국 영화와 불교’
▶ 사토 다다오의 ‘한국 영화와 임권택’
▶ 임권택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