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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트르담 온 파이어’, 완벽한 재건을 위한 셀프 재점화
김철홍(평론가) 2023-06-28

“믿기 어려우나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리바롤의 말로 문을 여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파리 시민들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인 노트르담대성당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던 믿지 못할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재난영화다. 영화는 사건 당일 성당에 신입 관리인이 첫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것을 제외하곤 성당을 둘러싼 공기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구경하러 온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고, 한쪽에선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의 첨탑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그들은 휴식 시간을 틈타 흡연이 금지된 구역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지만, 이 또한 노트르담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흔들리게 할 정도의 사건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곳엔 제대로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남아 있었고, 바람을 타고 본당 다락에 도착한 작은 꽁초는 기어코 파리의 심장을 불태워버리고야 만다. 그 시각 한가로이 도시 외곽의 베르사유궁전을 구경하고 있던 노트르담의 유물 관리자 로랑 프라드(미카엘 쉬리냥)는 소식을 듣자마자 황급히 성당으로 향한다.

장자크 아노 감독의 신작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모든 프랑스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사건이 발생한 2019년 4월15일을 픽션의 형태로 재현한 영화다. 2024년 12월을 목표로 재건 중인 노트르담은 아직까지 화재에 관한 명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인데, 감독은 과감히 사건의 원인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극의 장르적 성격을 분명히 한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화재 진압을 포기하지 않는 소방대원들의 영웅적 면모가 드러난다. 이 영화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성당에서 보관하고 있던 예수의 가시 면류관을 비롯한 성유물들의 구조 문제다. 대원들의 진화 작업은 건물도 건물이지만 반드시 성유물만큼은 지켜달라는 사제의 간곡한 부탁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다. 영화는 촬영이 불가한 노트르담성당 대신 그 외양과 내부 구조가 비슷한 부르주, 아미앵 성당 등에서 촬영되었으며, 극 중간 삽입된 불타는 노트르담의 모습은 시민들이 실제 촬영한 영상을 웹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제보받음으로써 구현된 것들이다. 말 그대로 파리 시민들의, 파리 시민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유물 관리자가 금고의 비밀번호를 떠올리지 못했던 일과 현장 주변에서 발생했던 교통 혼잡, 그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네명의 소방대원 중 두 사람이 첫 화재 현장 출동 상황이었다는 등의 디테일은 전부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노트르담은 아닐 거예요. 대성당이 불탈 리 없죠.

파리 시민들은 노트르담 주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은 늘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영화는 이번에도 뒤늦게 현실을 따라가기 바쁘다.

CHECK POINT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18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2015년 발생했던 ‘탈리스 열차 테러 사건’을 재현한다. IS 연계 테러범의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 계획은 휴가 중인 세명의 미군에 의해 저지됐는데, 감독은 실제로 이들 셋을 캐스팅해 본인 역을 연기하게 한다. 픽션 속 삽입되는 현실의 이미지는 <노트르담 온 파이어>와 함께 재현의 방법론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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