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전쟁이 끝나가는 걸까. 모든 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중단하고, 콘텐츠의 투자수익(RO: Return On Investment)을 증가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넷플릭스는 절대 HBO와 같은 콘텐츠를 못 만든다고 했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비독점으로 넷플릭스에 콘텐츠 유통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은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WBD가 자체 플랫폼 이외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월부터 미국의 광고 기반(FAST/AVOD) 플랫폼인 로쿠와 투비(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들이 로쿠와 투비에 콘텐츠를 공급한 것은 경쟁 카테고리가 다른, 완전한 광고 기반 OTT 서비스였기 때문인데, 넷플릭스는 WBD와 동일한 유료 구독 기반이고 현재도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3500만명이며, HBO 맥스는 아직 1억명이 되지 않는다. 구독자는 이제 자연스럽게 늘지 않는다는 것을 플랫폼 오너들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는 가입자가 늘지 않으며, 글로벌로 진출하려면 막대한 마케팅, 현지화 비용 그리고 인력을 세팅해야 한다. 한국에 파라마운트+가 티빙 내에서 ‘플랫폼 인 플랫폼’(PIP)으로 론칭한 이후 다른 글로벌 서비스들의 한국 내 론칭 소식이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는 콘텐츠 회사로 꼽혔던 WBD의 HBO 라이브러리 중 넷플릭스에 비독점으로 가는 것을 협상 중인 작품은 <인시큐어>다. 2016년 시작해 2021년까지 다섯개의 시즌이 나온 콘텐츠이며, 한국에서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었다. 해외 플랫폼의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이런 행보가 한국에서 없으리란 법도 없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공개되는 방식의 시장이 가속될수록 글로벌 OTT 서비스의 추가적인 국내 론칭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큰 숙제가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