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부터 열린 제6회 인권영화제가 성황리에 개최되어 6월 5일 폐막을 하였다. 인권영화제는 지난 99년부터 상영되는 한국영화 중 1편을 올해의 인권영화상으로 선정하여 한국영화를 격려해 오고 있다.
올해는 80년 사북탄광파업을 다룬 <먼지, 사북을 묻다>(2002년 제작, 80분, 이미영 연출)이 올해의 인권영화상으로 선정되었다. 선정위원으로는 서준식(인권영화제 총감독), 김정아(인권영화제 총기획)와 인권영화제 자문위원들(김도형(변호사), 김동원(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푸른영상 대표),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영상미디어센터 소장), 류은숙(인권운동가), 안정숙(언론인), 이승훈(교육방송 피디), 이충직(중앙대학교 영화과 교수), 정연순(변호사), 조종국(영화제작자))이다.
수상작 심사평
<먼지, 사북을 묻다>(2002년 제작, 80분, 이미영 연출, 다큐멘터리, 컬러)
이미영 감독의 <먼지, 사북을 묻다>는 1980년 4월에 일어났던 ‘사북항쟁’의 진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즉 이 작품은 당시 사북탄광 광부들이 처했던 비인간적 상황과 그에 대한 항쟁의 성격을 조명함으로써 과거 “불순분자의 사주를 받은” “광부들의 집단 난동”으로 일반에게 인식되었던 ‘사북항쟁’이 정당하게 평가되기 위한 획기를 그었다고 평가된다.
이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현장 및 피해자들과 철저히 밀착하려는 감독의 진지한 자세가 잘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 감독의 전 작품 <먼지의 집> 이래 5년 동안 사북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에도 힘써온 감독은 ‘현장과의 밀착’이라는 정통 다큐멘터리 작가의 치열한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이 작품이 오랫동안 묻혀 있던 사북 주민에 대한 당시 군부 및 경찰의 몸서리쳐지는 고문의 실상을 생생하게 파헤칠 수 있었던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너무도 수치스러워서 오랫동안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해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었던 주민들로 하여금 입을 열게 한 값진 성과는 단순히 사건을 관찰하는 자세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며 현장에 투신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려는 감독의 치열한 참여정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시 진압에 종사했던 군경 내지 고문 가해자에 대한 감독의 추적도 만만치 않은 집요함을 보여준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탄탄한 기업을 가진 경영자로서 혹은 군과 경찰 고위 간부로 살아가는 그들의 오만은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감독의 비판정신은 분명 단순한 저널리즘을 넘어 이 시대의 진실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1인칭을 사용하는 내레이션은 감독의 주관을 내세우기로 결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주관 발현이 다분히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버렸다. 1인칭 내레이션이라는 수법에 걸맞는 좀더 과감한 주관 발현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철로 위의 사람들>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먼지, 사북을 묻다>가 인권영화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영화가 우리 시대의 인권 실현을 위해 하나의 새로운 고지를 확보했다는데 있다.
인터넷 콘텐츠팀 cine21@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