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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미경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좋은 (환경)영화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3-06-05

이미경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이하 환경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2002년부터 환경재단에 몸담으면서 영화제의 시작부터 미래까지 함께 고민하고 구상한 장본인이다. 다양한 외부 기관의 자문위원을 맡아 한국 사회를 이끄는 핵심 리더들이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부지런히 수행해왔다. 환경 운동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환경영화제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 환경영화제 집행위원을 역임하다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다.

= 큰일났다. (웃음) 매번 이러쿵저러쿵 콩 놔라 팥 놔라 잔소리를 하니까 그럼 네가 한번 와서 해보라며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같다. 어느덧 영화제 20주년을 맞았다. 환경재단 대표로서 재단의 대표 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지난 20년간 환경영화제를 돌이켜보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같나.

= 첫해 출품작이 300여편이었다. 내부에서도 환경영화가 무엇인지, 영화에 초점을 둘 것인지 환경에 방점을 둘 것인지 갑론을박이 심했다. 환경영화제는 마켓이나 흥행이 아닌,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각성을 높이기 위한 영화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10년쯤 지나자 출품작이 1천편 정도 늘었고, 최근 3년간은 3천여편의 영화가 들어왔다. 그만큼 ‘환경영화’가 공통어가 되었고 전세계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영화의 정의가 무엇인지 더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 이전에 환경재단 이사를 맡기도 했던 정재승 교수와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두분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어 있나.

= 내가 영화제 집행위원으로 있을 때 주로 했던 일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무국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환경영화제의 살림을 맡고 있다. 정재승 공동 집행위원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고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인 분이다. 영화제가 환경 인식을 개선하는 환경 교육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환경영화제는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다. 영화가 어떻게 행동을 촉구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사람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굉장히 놀랍거나 무섭거나 결정적인 각성을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다채로운 영화는 깊이 있는 각성을 가져오고, 관객은 그러한 영화를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사회적인 각성 수준이 높아져 일종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사회 전체도 바뀔 수 있다.

-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과 환경 운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현재 삼성SDI와 하이브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같은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 배웠나.

= 2002년, 환경재단이 아닌 환경연합에서 책상 하나 얻어서 일을 하던 시절에는 반기업 정서가 강했다. 환경 단체가 기업과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들과 파트너가 되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2000년대만 해도 탄소 감축, 사회 공헌 같은 이야기에 기업의 관심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예측 불가능한 기후 위기 앞에서 투자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되면서 ESG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외이사로서 경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이행에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기업 CEO들에게 친환경 경영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시장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 코로나19 때 온라인 상영으로 전환했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 목적으로 환경영화제 상영작을 만날 수 있었다. 교실, 극장, 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환경영화를 경험한 관객의 양상을 목격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

= 전통적인 영화광들은 극장을 좋아한다. 그런데 극장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는 꼭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특히 환경영화는 그렇다. 환경영화제는 KBS, 퍼플레이의 디지털상영관, Btv 채널에서도 상영한다. 교육청과 함께 만든 환경 학습 교재와 영화를 결부해 완성도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환경영화를 만드는 에코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환경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는 다른 문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영화제 기간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영화제가 있는 반면, 환경영화제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고민하는 듯하다.

= 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중영화와 달리 환경영화는 마케팅을 크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매체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영화제에 와야만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민운동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그래서 우수 작품과 환경영상콘텐츠를 상시 보급할 수 있는 그린아카이브도 구축한 것이다. 환경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에코캠퍼스에 환경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는 환경영화 전용관을 지으려고 한다. 예전에 프랑스 문화원이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창구가 된 것처럼 환경문제에 관한 이슈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미경 집행위원장이 꼽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서울국제환경영화제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작품 중 의미 있는 작품들을 재초청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키아로스타미의 길>은 대사도 별로 없고 러닝타임도 32분으로 짧지만 굉장히 몰입감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 이웃들의 수난기를 모은 섹션 ‘사랑하는 너희들을 위하여’에 초청된 <말타의 고양이>를 꼽고 싶다. 내가 고양이 집사다. 길냥이들 밥도 주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인간 중심적이라고 느껴진다. 산과 나무, 동물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들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까? 환경운동가로서 이런 울분이 들 때가 있다. 어느 섬의 고양이들에게 목소리를 주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6월5일 유엔이 정한 환경의 날 기념으로 KBS에서 방영된다.

마지막 작품은 <리빙 와인>이다. <리빙 와인>은 북캘리포니아 지역의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의 일과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지식인과 전문 경영인들도 올 만한 곳이라는 것을 이런 작품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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