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잡지를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방대한 인력과 노동량과 자본이 투입된다. 매주 한숨과 스트레스의 파티를 벌이고 나면 이 일이 지속 가능한 일인지 수지타산이 맞는 일인지 자문하게 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주 잡지를 만든다.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며, 이 일이 지속 가능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서두를 쓴 이유는 1404호 특집으로 젊은 영화평론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게 엉켜서다. 블로그, SNS, 팟캐스트, 메일링 서비스 등 다채로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글쓰기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방법론으로 비평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동시대 신진 영화평론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씨네21>은 그들의 활동 양상을 살피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씨네21> 지면에서 자주 보았을 이름들에게 만남을 청했다. <씨네21> 영화평론상을 통해 2018년, 2020년, 2022년에 각각 등단한 김병규, 김철홍, 김예솔비 평론가는 영화평론가로서의 현재적 고민과 비평(가)의 역할 외 <씨네21> 지면이 갖는 한계와 아쉬움에 대해 따끔하게 제언했다. 애초의 기획은, 영화연출과 영화비평을 아우르고 있으며 아직은 학생 신분(김예솔비 평론가는 “우리의 공통점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 표현했지만)인 20대 영화평론가 김병규와 김예솔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영화 창작과 비평을 넘나드는 일에 대하여 혹은 최근의 비평적 관심사와 화두에 대하여. 그리고 이 만남의 진행자로 ‘원데이 원무비’라는 이름으로 영화비평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 김철홍 평론가를 초대했다. 젊은 신진 평론가인 그 역시 공유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레 ‘<씨네21>에 바란다’로 흘러갔는데,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이렇게나마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 평론가는 공통적으로 <씨네21>이 개봉작 위주의 글을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건, 현재 <씨네21>의 역할 대부분이 개봉작, 신작들에 대한 글의 제공이라는 것이다. 반면 비평가의 비평 행위는 그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더 넓은 비평 활동을 <씨네21>이 수용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고 싶다.”(김병규) “뒤늦은 발견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한다. 나도 신작 위주로 비평을 반복하다 보니, 어떨 땐 예지 능력을 테스트받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김철홍) 아이디어 넘치는 이들을 진지하게 <씨네21> 취재팀의 월요일 오전 기획회의에 모시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현재 제28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공모 중이다. “더 넓은 비평 활동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 포용적 매체인 <씨네21>의 영화평론상에 많은 이들이 응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