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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의 재미 잃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다
이자연 2023-04-25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슈퍼 마리오 형제의 근심과 괴로움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회사를 그만두고 자립한 배관공 노동자 마리오(크리스 프랫)와 루이지(찰리 데이)는 가족의 불안과 전 회사 사장의 무시를 떠안지만, “언제까지 주눅들어 살 거”냐는 마리오의 타박과 함께 대대적인 광고 홍보에 돈을 쏟아붓는다. 첫 의뢰를 받아 찾은 집은 유리 계단으로 이뤄진 2층집. 미션을 수행해야 할 널찍한 화장실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중간에 강아지 프란시스가 경로를 방해하기도 한다. 계단은 <슈퍼 마리오> 게임 시리즈에서 이동 중 기본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자 작은 장벽이지만, 영화는 현실 세계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계단의 상하 구도를 통해 상대적인 지위 격차를 보여준다. 추후 루이지가 쿠파(잭 블랙)를 처음 만난 순간, 쿠파가 공중에 떠다니는 계단에서 등장하는 것도 둘의 물리적·심리적 힘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슈퍼 마리오 형제는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와 밝은 원색으로 묘사되는 것에 비해 자기 몫을 책임져야 하는 여느 어른의 서늘한 마음을 대변한다. 가족의 비난의 폭격을 맞은 마리오가 “다들 우릴 무시하잖아. 초라한 기분이 싫어”라고 전한 말도 단순한 서글픈 감정이 아닌, 두 형제가 버섯 왕국으로 흡수돼야 하는 서사적 당위성이 되고 이들의 성장을 장려하는 궁극적 목표가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영화에까지

그러니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게임의 피치 공주를 구해야만 하는 미션보다 더 상위의 절박한 목적을 갖는다. 쿠파가 군림하는 다크 랜드에 루이지가 납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게 된 것도 마리오가 구해야 할 대상이 피치 공주(안야 테일러 조이)가 아닌, ‘우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상도 공주와의 만남이 아닌, 자기만족과 위안이어야 한다. 마리오와 루이지는 일시적으로 서로 다른 방향의 배관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물난리가 난 브루클린을 정상화하는 공동의 목표를 통해 자신을 입증하고 싶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 영화는 원작 게임과 달리 두 형제가 다시 재회를 이루어 악을 소탕해야 하는 심리적·생존적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관객은 영화의 단역처럼 참여하게 된다. 게임이 배관으로 즉각적인 공간 전환(혹은 챕터 전환)을 이뤘다면 영화는 투명 배관 ‘속’을 역동적으로 옮겨다니며 일련의 볼거리·구경거리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관객은 암묵적으로 마리오의 동행자 시점을 갖게 되는데, 마리오와 함께하는 감각이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은 피치 공주가 제안한 테스트 코스를 마리오가 완주할 때다. 자신이 오랫동안 반복한 훈련 코스를 완주해야만 다크 랜드에 같이 갈 수 있다는 피치 공주의 말을 들은 마리오는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 버섯을 먹고 레벨업을 이루며 더 빠르고 날렵하게 효율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게임 프로세스가 눈에 익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게임 UI를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함정이 많은 벽돌 다리,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장애물, 뾰족한 철쇠 바닥, 마리오를 해치는 식인꽃 등 게임의 것과 똑같이 그려냈고, 이에 따라 관객은 자신의 플레이 경험을 상기하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마리오가 달려나가는 과정에서 이게 게임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저기선 더 박자를 맞춰 뛰어내렸어야지’ , ‘저기선 점프를 더 강하게 하면 되는데’ , ‘아, 바로 위에 레벨업 있는데’ 등 훈수 담긴 탄식을 내뱉게 되는 것이다. 관객은 어느덧 지켜보는 사람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두명의 플레이어처럼 수평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슈퍼 마리오 세계관의 새로운 등장

마침내 쿠파에게 접근하기 위해 각자가 원하는 탈것을 고를 때에는 레이싱 게임 <마리오 카트>를 접목했다. 오토바이, 카트, 지프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취향에 맞춰 고르게 하면서 게임 장면을 섬세하게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슈퍼컴보이 게임팩 시절부터 윈도 도스 게임, <마리오 카트> 시리즈까지 길고 오랜 역사를 한번에 집약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안에 저장된,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잊어버린 기억을 환기하게 된다. 쭈그러든 거북이가 좌우로 부딪히길 반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나는 유령, 상어 모양의 거대한 폭탄 등 게임의 경험을 소환하기 바쁜 이스터 에그들이 반가운 추억의 활로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리오와 루이지. 그들은 마침내 자신을 증명했을까. 고난을 통과한 형제는 막강한 집착광공 빌런을 무찌르는 데 성공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이 거대한 성취가 온전히 사업에만 매달릴 힘을 주었을 것 같지만, 그들은 여전히 버섯 왕국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버섯 왕국에도 머문다. 영화는 마리오와 루이지가 정착한 세계를 한정해 보여주지 않고, 어디선가 버섯 왕국으로 흘러 들어온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도 유유자적 평온하게. 결국 영화는 끝까지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함께해온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일상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게임을 통해 위안을 얻는 사람들처럼, 온오프라인(버섯 왕국-브루클린)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통된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다소 예측 가능한 단조로운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성이 아쉽기도 하지만, 현실적이고 현대적 가치에 맞춰 변용한 슈퍼 마리오 세계관의 새로운 등장이 퍽 반갑다. 더이상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기만의 비빌 언덕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맘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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