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신작 <고스팅>은 이제 막 시작한 남녀 관계에 국제 첩보극이 더해진 로맨틱 코미디 액션 영화다. 서툴러도 만족스러운 첫 데이트를 마친 콜(크리스 에반스)은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는 세이디(아나 데 아르마스)에게 첫 데이트 뒤 문자를 10통 넘게 보내고 만다. 며칠이 지나도록 답이 없는 세이디를 찾아 결국 콜은 런던으로 떠나고, 일련의 문제가 뒤섞여 국제스파이 ‘택스 맨’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이 빠르게 질주하는 <고스팅>의 덱스터 플레처 감독과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아나 데 아르마스, 덱스터 플레처 감독, 크리스 에반스(왼쪽부터).
-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 어드벤처가 섞인 영화다. <트루 라이즈>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떠오르는데, 어떤 작품을 참고했나.
덱스터 플레쳐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드나이트 런> <로맨싱 스톤> 등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하고 떠올려본 영화는 한두편이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 했다. 특히 남녀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사랑하는 순간은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되는지 진실하고 개연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덱스터 플레처 아나와 크리스가 보여준 연기의 합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평범한 연인들이 경험하는 좋을 때와 나쁠 때를 진솔하게 담았다. 이 진실한 관계성이 영화의 강점이다.
- <나이브스 아웃> <그레이맨>에 이어 아나와 크리스가 함께한 세 번째 영화다. 두 사람을 스크린 커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아나 데 아르마스 크리스가 먼저 연락을 줬다. 크리스는 좋은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있다. 다음에 또 연락이 와도 같이하고 싶다. (웃음)
크리스 에반스 마블 프랜차이즈에서 같은 배우들과 여러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또 다른 영화에 아나와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나 역시 기꺼이 응하고 싶다.
- 영화 속 콜과 세이디는 시작 단계부터 경고등이 들어오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다음 단계를 이어나간다. 둘의 연애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크리스 에반스 누가 봐도 콜이 문제다. (웃음) 세이디는 잘못한 게 없다. 콜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선을 넘었고, 세이디는 아마 그때 빨간불이 들어오는 걸 봤을 거다.
아나 데 아르마스 음, 내 생각은 다르다.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은 상대에게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달콤한 거짓말을 불사하게 되지 않나. 잘못을 따진다면 둘 다 잘못했다. 하지만 서로가 찾던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기에 지속될 수 있었던 거다.
- 크리스는 <고스팅>에서 선하고 약한 면모를 지녔다. 반면 아나가 모든 액션을 맡았다. <캡틴 아메리카> <그레이맨> 뒤 커리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결정인가.
크리스 에반스 내 커리어는 계획을 세우지도, 계획대로 되지도 않았다. 작품은 다양한 확신의 신호로 결정하게 된다. 시나리오에 반응하게 될 때, 장르나 캐릭터가 마음에 들 때 등 요소가 무척 많다. 너무 멀리 내다보는 건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되도록 지금 원하는 걸 고르면서 현재를 살려고 하는 편이다.
- 액션 히로인이 된 경험은 어땠나. 한번쯤 꿈꿔본 역할이었나.
아나 데 아르마스 전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천식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믿고 지냈다. 다행스럽게 시간이 지나며 천식이 저절로 사라졌는데 그 뒤에야 내가 운동을 잘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액션영화는 할리우드영화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걸 내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할리우드에 있다니! (웃음)
- 영화 속 삽입곡이 내레이션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선곡 과정이 궁금하다.
덱스터 플레처 무작정 대담하거나 강렬한 무드의 곡보다는 상황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려 했다. 가장 처음으로 고른 노래는 버스 추격 장면에 흘러나온 밴드 더 낵의 <My Sharona>다. 콜이 세이디의 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다. 비틀스의 <Taxman>도 이야기와 잘 맞았다.
-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건 콜이 예고 없이 세이디를 찾아 런던으로 떠나면서부터다. 콜의 결정이 놀라우면서 한편으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나 데 아르마스 내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해외에서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는데 불현듯 나를 찾아온 거다. 그리고 그 남자와 그날 헤어졌다. 나의 결정이었다. 이 영화에서 둘은 잘됐지만 <고스팅>은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영화는 아니다. (웃음)
크리스 에반스 절대 안된다.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면 안된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