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Care of My Cat - Special Edition 2001년, 감독 정재은 자막 영어, 한국어 오디오 DD 5.1 화면포맷 Disc 1- 아나모픽 1.85:1 Disc 2- 4:3 지역코드 3 출시사 엔터원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섹스보다 궁금한 것이 훨씬 더 많은 스무살들과 줄무늬 아기 고양이의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고 느꼈었다. 그 느낌은 아마도 비슷한 통과의례를 거쳐온 내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공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문제는 그런 식의 좋았던 감정이 ‘고양이 살리기 운동’이라는 일종의 대형 이벤트가 벌어지면서 역시나 차츰 휘발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울리지 않게 ‘이러다가는 DVD도 한국형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나오는 거 아냐…?’ 하는 걱정까지 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단숨에 뒤엎고, 구석구석에 ‘사랑스러운’ 느낌을 고스란히 가진 <고양이를 부탁해> S.E가 출시되었다. 특히 독특한 만화체로 표현된 메인메뉴 화면은 압권이라 표현할 만하다. 화면 구석에 앙증맞게 놓여 있는 TV상자 그림, 메뉴를 선택할 때 나타나는 고양이 발자국 그림, 문 뒤에서 고개를 빠꼼히 내미는 스무살 소녀들의 얼굴 그림 등을 보면 바로 탄성이 나올 정도.
이런 사랑스러움은 감독과 출연 소녀들의 인터뷰 코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감독이 직접 캠코더를 들이밀며 슬슬 질문을 던지는 방식도 놀라운데, 그에 따라 출연 소녀들이 맨얼굴과도 같은 실제 성격을 편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오디오 코멘터리를 통해, 감독과 출연 소녀들의 끝없는 수다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DVD 타이틀과는 달리 실제 영화사운드가 40% 정도로 깔리는 위에 오디오 코멘터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설명을 좀더 생생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이외에 <고양이를 부탁해> S.E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삭제장면 코너가 있다. ‘비류·온조집/샴쌍둥이의 진실’이라든가 ‘맥반석체험실/대대로 머리가 나쁜 집안’이라는 식의 코믹한 부제가 따라붙어 있는 8개의 삭제장면들은, ‘혹시 시간문제로 어쩔 수 없어 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여기쯤에서 개인적인 욕심이 발동했다. 괜찮은 서플먼트들에다가 감독의 단편영화가 두편씩이나 더 첨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만족감’이 들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음악, 세트, 미술, 조명 등의 전문 스탭들에 대한 정보가 더 들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욕심인 줄은 알지만, 아직도 ‘고양이’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많은 걸 어쩌란 말인가.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