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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룻밤’, 엉성하게 재결합된 가족들은 서로의 속마음을 붙잡는다
김소미 2023-04-19

15년간 애타게 기다렸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토록 재회를 원했으면서도 남매는 정작 당혹스러운 며칠을 보낸다. 그동안 기다리는 법밖에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이나 무라가의 어머니 코하루(다나카 유코)는 어느 비 오는 밤 가정 폭력을 휘둘러온 남편을 죽이고 자수한다. 하룻밤 사이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 어머니와 남겨진 삼남매의 15년을 관통한 영화는 재회 이후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이혼 위기에 처한 장남 타이키(스즈키 료헤이), 미용사가 되는 꿈을 포기하고 스낵바에서 일하는 막내 소노코 (마쓰오카 미유), 가족과 거리를 둔 채 도쿄에서 잡지 기자로 일해온 차남 유지(사토 다케루)가 가족의 외형적 재결합 속에서 접착되지 못한 각자의 속마음을 붙잡는 풍경은 소리 없이 소란스럽다. 긴긴 여파에 관한 영화인 <하룻밤>은 고통과 우스움이 자주 맞닿아 있기 마련인 가족의 숨은 풍경까지 미덥게 바라보며, 마땅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타인들을 가족의 삶에 초대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야쿠자 출신의 신입 택시 기사 미치오(사사키 구라노스케)와 그의 17살 아들이 겪는 아픔이 이나무라가 가족과 공명하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하룻밤의 소동 장면은 잘 짜인 연극의 대단원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무대에서 초연된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에서도 연극적 감흥을 적절히 재현한 모범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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