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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디션’, 당위성 있는 관계의 전복과 기상천외한 신체훼손
임수연 2023-04-26

영화 제작자 아오야마(이시바시 료)는 아내를 떠나보낸 후 16살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아내가 죽은 지도 어느덧 7년, 아들은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아버지에게 재혼으로 새출발해보지 않겠냐고 권한다. 마침 영화 제작에 들어간 아오야마는 오디션을 통해 좋은 아내를 찾기로 결심하고, 무려 4천명의 여성이 아오야마의 신붓감 찾기의 후보가 된다. 아오야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청순한 외모부터 다소곳한 성격까지 그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는 전직 발레리나 아사미(시이나 에이히).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아오야마는 프러포즈를 위해 아사미와 여행을 떠난다.

고어한 수위로 악명 높은 <오디션>을 처음 접한 관객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느린 멜로드라마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에 당황할 것이다. 아오야마가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다 20대 여성에게 매혹되는 심리 변화는 단지 결혼 대상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평가대에 오르고 재단되는 불편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점차 소름 끼치는 무대로 변신할 채비를 마친다. 마침내 아사미의 과거와 그를 착취한 남성들이 그간 어떻게 응징당했는지 내막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호러 고문극으로 급회전한다. 아오야마의 악몽을 보여주는 거친 편집과 당시 국제영화제에서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가져왔던 고문 장면이 이어지는 후반부의 에너지가 압도적이다.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가 뒤집히면서 가해자에게 행해지는 기상천외한 신체 훼손은 그 당위를 갖기에 의미 없는 자극으로 소비되지 않고, 역대 최고의 호러영화 여성주인공 중 하나인 아사미를 탄생시킨다. 최근 디즈니+ <커넥트>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출세작이다. 1999년작 <오디션>이 한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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