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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섯 개의 밤', 세쌍의 사람들이 겪는 세개의 이야기
이우빈 2023-03-29

뉴욕행 비행기가 엔진 고장으로 김해공항에 불시착한다. 이에 승객들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리고 세쌍의 사람들이 겪는 세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 주인공은 젊은 남녀 선우(이한주)와 수정(정수지)이다. 비행기와 공항버스에서부터 묘한 기류의 시선을 주고받던 둘은 호텔 세탁실에서 마주친다. 이내 말을 튼 둘은 가벼운 음주와 함께 서로의 맘을 꺼내본다. 두 번째는 결혼을 앞둔 커플 규형(강길우)과 지원(김시은)이다. 단란한 신혼여행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던 것도 잠시, 상이한 결혼관 탓에 갈등을 빚는다. 마지막은 어머니의 수술 일정으로 출국하던 모녀 유진(강진아)과 은실(변중희)이다. 자식 중 유일하게 엄마를 챙기는 유진이지만 은실은 미국에 있는 아들만 신경 쓴다. 유진의 서운함이 폭발하고 모녀는 다툰다.

<여섯 개의 밤>을 여행영화나 로드 무비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영화가 시작된 지 몇분 만에 여행이 중단되고, 하룻밤 이야기의 대부분이 호텔 내외에서만 이뤄지니 말이다. 차라리 여행의 설렘과 일상의 지난함 사이에 갇힌 인물들의 표류기에 가깝겠다. 표류하여 하릴없이 헛헛해진 인물들의 마음은 숨겨뒀던 서로의 속내를 터놓는 단계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한정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니만큼 배우들의 존재감이 자연스레 돋보인다. 이들이 긴 호흡의 대화로 축조하는 관계의 지형도와 감정의 등고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도 적절히 욕심을 거둔다. 다만 처음 만난 이성, 혼전 커플, 모녀라는 세 관계 속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이 다소 전형적인 경향이 있다. 또한 쪼개진 3개의 이야기가 서로 면밀히 조응하기보다는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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