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페페, 엔리코, 안젤로 삼형제는 나폴리 시장 살이에 절어 있다. 이들의 삶의 모델인 아버지는 시장에서 위스키 모조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5년제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그나마 지식인으로 불리는 페페, 천성적으로 강인함을 타고나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보스 안젤로, 그리고 단지 DJ가 되고 싶을 뿐 그 어떤 야망도 없는 엔리코, 이렇게 삼형제의 이야기가 이탈리아 개봉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믹스드 바이 에리>(Mixed by Erry)는 포르첼라의 DJ라고 불린 에리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엔리코 프라타시오는 처음엔 자신의 친구들을 위해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녹음한 믹스 테이프를 만들었는데 세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에리가 선정한 곡들을 모아 만든 테이프가 ‘Mixed by Erry’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자 그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리믹스한 카세트테이프를 팔아 억만장자가 된다. 시드니 시빌리아 감독은 자신이 처음으로 음반을 산 기억을 상기하며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감독은 “내가 살던 살레르노 지역에는 음반 가게가 없었다. 그래서 노점에서 앨범을 사야 했고 노점상 주인은 매번 나에게 ‘Mixed by Erry’라는 믹스 테이프가 있는데 어떠냐고 물었다”면서 자신도 “‘Mixed by Erry’를 선호한 고객이었다”고 말한다.
<믹스드 바이 에리>는 시빌리아 감독과 함께 시놉시스를 쓴 시모나 프라스카 작가에 의해 올해 동명 소설로도 출간되었다. 시빌리아 감독은 첫 장편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거야>(Smetto quando voglio)로 이탈리아 전국 영화언론인연합에서 주최하는 나스트로 디아르젠토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두편의 후속작이 제작되어 3부작을 완성한다. 이 영화는 스페인 카를로스 테론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아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입소문으로 전해지던 실존 인물인 조르조 로사의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을 다룬 <장미의 섬>에서도 그러하듯, 시빌리아 감독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시빌리아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유럽풍 코미디를 과시했다는 평을 받았는데, <믹스드 바이 에리>를 통해 미적 감각은 더욱 섬세해지고 표현이 대담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