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마주한 인생 최초의 영화. 부모와 나란히 앉아 관람한 <지상 최대의 쇼>는 새미(가브리엘 라벨)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는 영화의 기차 추돌 신을 보며 받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상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재현하기에 이른다. 기차 모형 장난감이 충돌하도록 배치해 촬영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미가 완성한 영상을 보고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자기 식대로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어린 아들의 의도를 헤아린다. 부모의 지지하에 동생들, 친구들과 영화 작업을 거듭하며 새미는 독자적으로 본인의 작법을 완성해간다. 직접 연출한 서부영화, 전쟁영화를 선보인 작은 상영회도 성공리에 마무리 짓는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진 새미는 아버지의 절친 베니(세스 로건)가 합류한 가족 여행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촬영본을 편집하던 중, 그는 필름에 기록된 가족의 비밀을 목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파벨만스>를 자신의 “기억 그 자체”라 칭한다. 새미를 분신으로 내세워 유년 시절, 영화에 매료됐으나 가족 문제로 잠시 카메라를 등한시했고, 그 시기가 무색하게 업계에 발을 들이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증명하는 과정이 차례로 그려진다. 2005년 <뮌헨>으로 협업한 시나리오작가 토니 쿠슈너와 과거를 공유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조금씩 자기 삶을 영화화할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버지 아널드 스필버그가 사망한 후, 여러 해에 걸쳐 스토리를 세부화하며 본격적으로 <파벨만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파벨만’이라는 가상의 성을 만들어 ‘파벨만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으나 새미를 위시한 인물들의 서사엔 스티븐 스필버그와 그의 가족, 주변인들이 투영됐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 이어 미치와 버트 부부로 재회한 미셸 윌리엄스와 세스 로건, 새미 역의 가브리엘 라벨은 끊임없이 맞부딪히는 이들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파벨만스>에는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타인과 소통하는 언어였다는 사실이 솔직하게 묘사된다. 새미가 편집한 영상엔 부모의 이혼과 유대인 차별이 남긴 상처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노년의 감독은 지난 세월을 반추하면서, 과거 자신의 상흔과 더불어 그 시절엔 알지 못했을 젊은 부모의 혼돈을 두루 포용한다. 연출자의 진심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한편 적절히 섞여 드는 유머로 산뜻하게 유지되는 극의 리듬이 감탄을 자아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5번째 장편영화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제80회 골든글로브 감독상과 작품상,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는 꿈이란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꿈.”
첫 영화 관람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새미에게 엄마 미치가 전하는 말.
HECK POINT
예술가가 되길 꿈꾸는 폴(뱅크스 레페타)에게 가족은 모범생이 되라고 강요한다. 그를 이해하는 건 할아버지와 친구 죠니(제일린 웹)뿐이다. 급기야 흑인이란 이유로 죠니와 어울리지 못하게 하자, 폴은 죠니와 플로리다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제임스 그레이의 자전적 영화이며 그의 경험이 현실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