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나이를 통 짐작하지 못한다. 전에는 누가 장난스럽게 “저 몇살 같아 보여요?” 같은 질문을 하면 속으로 질색하면서 백살 같다고 대답하곤 했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걸 묻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덕도 있고, 어느덧 주위에 나와 나이 경쟁할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따금 독서 교실 어린이들이 나에게 몇살이냐고 물어보기는 한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백살이라고 대답한다.
어린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는, 어린이를 딱 보고 몇 학년인지 알아맞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더 전문가다워 보일 것 같아서다. 물론 못 맞힌다. 한번은 강연장에서 “학교에 있다 보면” 하는 중학생 참가자를 교사로 착각해 실례를 했다. 마스크 탓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진땀이 났다. 이렇게 감이 없는 나이지만, 한눈에 알아보는 학년이 있다. 바로 중학교 1학년이다.
이들은 일단 교복 입은 모습이 어색하다. 몸집보다 옷이 큰 경우가 많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넉넉한 치수로 교복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반대일 때도 있다. 독서 교실 예희는 교복을 맞춘 다음 키가 훌쩍 커버려서 입학할 무렵 이미 옷이 작아졌다. 교복이 몸에 딱 맞아도 신입생 태가 나는 건 마찬가지다. 팔과 엉덩이 부분이 뻣뻣하다. 높은 확률로 가방도 새것이다. 어딘가 경직된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와 달리 얼굴은 그렇게 말갛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정말 이상한 일인데, 중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보다 어려 보인다. 사실 6학년은 인생의 거의 절반을 초등학교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선생님, 교과목, 주요 행사 등 학교생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최고 학년이니 나름의 권위도 있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독서 교실의 6학년들은 “이제 다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뿐”이라고 한다. 다들 조금 영감님 같다. 그랬던 어린이가 중학생이 되면 교복 안으로 들어가 조그매지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새 직장에 가거나 이사를 하는 것처럼 큰 변화가 어린이 생활에 일어난다. 기대되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긴장의 연속이다. 대해야 하는 선생님이 갑자기 많아져서, 과목마다 규칙과 과제가 복잡해서, 모르는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야 해서, 지나가는 2학년들이 왠지 무서워서 힘들어한다. 공부 부담이 커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잘 적응한다고 해서 힘이 들지 않는 게 아니다. 어른도 괜찮아 보이려고 무리할 때가 있다. 어린이는 더 자주 그런다. 얼마큼 감당할 수 있는지 자기도 잘 모르니까.
중학교 입학은 커다란 사건이다. 초등학교 입학 때와 비교하면 어린이는 좀 외로울 것 같다. “어린이가 끝나서” 걱정이라는 어린이에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모두 어린이라고 말해주었다.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이가 들면서 어려워지는 건, 나이가 들면서 더 잘하게 된다”고도 말했는데 거기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속으로 질색했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