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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웨일’, 퀴어가 주인공이어도 되돌아오는 가족주의의 망령
소은성 2023-03-01

새 생명’ 교단의 선교사인 토마스(타이 심프킨스)는 전도를 위해 우연히 들르게 된 집에서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를 발견한다. 그는 토마스에게 종이 뭉치를 건네고, 거기에 적힌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것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관한 에세이다. 그를 개인적으로 돌봐주고 있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가 도착한 뒤에야 겨우 진정한 찰리에게, 토마스는 왜 그 에세이를 읽어 달라고 했는지 묻는다. 찰리는 그것을 들으며 죽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예감대로, 리즈는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찰리가 일주일 안에 죽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폭식으로 혹사시켜온 비대한 몸을 심장이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리즈의 바람과 달리 찰리는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엘리(세이디 싱크)에게 연락을 하고, 그가 은둔해 있는 집으로 찾아온 딸과 8년 만에 마주한다.

이로부터 영화는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자신의 학생이었던 동성 연인과 함께 살기 위해 이혼을 하고 자식까지도 외면했지만, 죽음을 앞둔 찰리가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결국 가족이다. 대부분의 가족–구원의 서사가 그러하듯이, 찰리에게 주어지게 될 구원은 (토마스가 전도하는 구원과 마찬가지로) 이미 예정되어 있어 너무도 손쉬운 것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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