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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성혜 키이스트 대표, “우주에 이어 ‘광야’까지, 계속해서 더 멀리”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23-02-16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최대의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 본부장을 거쳐 2012년 드라마 제작사 오보이프로젝트 설립, 2016년 몬스터 유니온을 거친 박성혜 대표가 키이스트에 합류한 지 올해로 5년차. 그는 젊고 다채로운 이름으로 재정비한 배우진과 모회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제작 역량이 집중된 콘텐츠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굳건한 양날개 삼아 순항 중이다. <하이에나> <보건교사 안은영> <구경이> 등 개성 강한 캐릭터로 배우들의 진가를 각인시키는 작품을 선보인 키이스트의 이력은 매니지먼트에서 길러온 박성혜 대표의 안목을 방증하고, <사랑의 이해>의 문가영, <술꾼도시여자들>의 한선화 등 20대 주연급 여성배우 명단에 신선한 이름을 수혈한 최근의 행보는 제작업에 박차를 가한 지난 수년간 매니지먼트 감각도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해 텐트폴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공개를 앞두고 있는 키이스트는, 글로벌 스튜디오와 시리즈물 영화화를 계획 중인 <N분의 1은 비밀로>, 정세랑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상화한 <시선으로부터>, 성초이 작가의 신작 <링마벨> 등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확장의 행보를 꾀하고 있다.

- 강한나, 고아성, 김동욱, 김서형, 문가영, 박하선, 배정남, 유해진, 이동휘, 정성일, 정은채, 한선화 등 2~3년 사이 키이스트 배우진이 젊고 매우 다채로운 이미지로 변모했다.

= 과거의 키이스트는 배용준, 김수현, 박서준 등 프런트맨이 강력한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그런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로 풀을 넓혔다. 최근 두각을 보인 배우는 <사랑의 이해>의 문가영, <붉은 단심>의 강한나, <안나>의 정은채, <술꾼도시여자들>의 한선화. <올빼미>로 어려워진 극장가에서 활약한 유해진 배우도 늘 자랑스럽다. 그리고 아마 지금 가장 핫한 건, <더 글로리>로 일약 떠오른 정성일 배우가 아닐까. <비밀의 숲> 때 나 역시 특유의 창백하고 지적이며 미스터리한 느낌을 눈여겨봤던 배우인데 김은숙 작가님이 먼저 그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신 것 같다.

- 배우 김동욱의 전성기, 김서형의 배우 인생 2막이 열리고 있다.

= 김서형 배우는 화려하고 강한 이미지가 있는데 나는 그 이면의 다른 모습도 잘 알기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같은 작품의 담담하고 서정적인 모습을 소개할 수 있어 유독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SKY 캐슬> 이후 이미 자기 정점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키이스트와 함께하는 동안 배우가 마음 편하게 일하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동욱 배우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데뷔 15년 만에 MBC 연기대상을 받은 이후에도 꾸준히 바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출연작으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가 있다. 김동욱 배우의 경우는, 요즘 배우들은 마냥 천천히 숨 고르며 활동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꾸준히 노출하면서 대중과 같이 호흡해야 배우로서 확장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 매니저에서 제작자로 정체성을 전환하면서 대본을 보는 방식에 무엇이 달라졌나.

= 배우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잘 안 나올 듯한 작품도 배우가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이 보이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제작자의 눈을 갖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스토리의 조화나 안정성도 중요한 요소로 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내 안의 갈등과 충돌이 생길 땐 매니지먼트 본부 구성원들의 안목과 의견을 많이 물어본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로 말하자면, 조금 위험성이 있더라도 캐릭터가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되는 쪽이 작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같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팬덤이 강력했던 <구경이>가 그 예다.

- 현재 제작 중인 공효진, 이민호 주연의 우주 배경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텐트폴 드라마다. 예산 300억원대, 준비 기간만 5년이 넘는데.

= 인고의 시간이었다. 무중력을 시리즈 분량으로 구현해야 해서 예상 밖의 난관이 많았다.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무중력 상태를 구현한다는 게 무모한 도전인가 싶어 포기할 뻔한 고비도 있었는데 결국 해냈다. 이민호 배우가 얼마 전 촬영을 마쳤고 전체 크랭크업은 3월이다. 지난해 4월부터 찍었으니 촬영만 1년 가까이 한 셈이다. 거창한 우주 드라마로 알려질까 약간 노파심이 있다. <질투의 화신> <파스타>를 쓴 서숙향 작가와 공효진 배우가 잘 살릴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여전히 핵심인 작품인데, 그 무대가 완전히 달라진 게 포인트다. 스펙터클보다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예쁜 이야기로 봐주시면 좋겠다.

- 원래 남성 변호사 캐릭터를 여성 인물로 바꾼 <하이에나>, 여성 탐정과 사이코패스 살인마 콤비가 나오는 <구경이> , 배우 공효진이 우주 비행사 캡틴으로 나오는 <별들에게 물어봐>. 성초이 작가의 차기작인 여성 스파이물 <링마벨> 등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일관된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다.

= 사실 원래 내 취향은 남자들이 떼로 나와서 막 싸우고 그러는 건데…. (웃음) 제작자로서 내 줏대라기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고 반영이다. 스튜디오의 안목이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흡족하다. <링마벨>은 초고는 나온 상황인데, 어떻게든 기존의 남성 중심 할리우드식 첩보물과 다르게 가보자는 목표를 살리기 위해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디벨롭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작가들 특유의 생생한 날것의 감각을 보존하면서도 <구경이>보다 시청자 층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어 <시선으로부터> <일루미네이션>까지 정세랑 작가와의 협업도 돋보이는데.

= 소설 <시선으로부터>를 처음 읽을 때가 딱 <미나리>가 나왔을 때였다. 이거다 싶었고, 책을 한숨에 읽고는 바로 영상화하자고 정세랑 작가에게 전화했다. 지금 단계를 말하자면 대본이 정말 잘 나왔다. 솔직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사이 <파친코>가 등장해 윤여정 선생님이 이미 출연을 하셨다는 것? (웃음) 이 작품은 서두르며 만들 생각이 없다. 8부작으로 구성해 올여름 안에 대본을 마무리지으려 하며 촬영은 내년 봄 정도로 생각한다. 하와이, 독일 등 로케이션이 많아서 정교한 프로덕션 플랜이 필요하다.

- K팝 드라마 <일루미네이션>은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떤가.

= 아이돌이 주인공인 K팝 드라마라고 했을 때 뻔히 그려지는 모든 것을 피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연기와 춤 모두 수준급이면서, 무엇보다 스케줄이 가능한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아이돌의 스케줄이 더욱 바빠져 지금까지 5~6번의 시도가 있었다. SM 계열사로서 본사와 협업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더 적극적으로 펼쳐보는 게 목표다.

- 2023년 키이스트에서 기대할 배우나 작품을 추천한다면.

= 배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사랑의 이해> 이후의 문가영, 그리고 정은채의 행보에 주목해달라. 독특한 분위기와 아우라가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고 <파친코2>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배우 문가영이 본 박성혜 대표

“박성혜 대표님은, 멋있어요.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제게는 멋진 어른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끔 해주신 분입니다. 잠시 멈춰서게 되었을 때 저에게 확신을 주셨고 그 확신을 바탕으로 결국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른 나이에 멋진 어른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제게 큰 행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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