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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영화로 이어지는 ‘상견니’의 세계관과 결말
김수영 2023-02-08

영원에 맞닿는 순간

출처: 임효겸 프로듀서 × 여안현 작가 페이스북 팬페이지

허광한, 가가연, 시백우까지 드라마 속 배우와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한 영화 <상견니>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이어간다. “팬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라는 허광한의 말처럼 영화는 드라마 엔딩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기획된 셈이다. 레코드 가게, 워크맨, 비 오는 거리 속 풍경, 국수와 찐빵에 대한 농담 등 드라마 속 명장면과 대사가 반복된다는 점, 엔딩의 순간에서 그대로 시간이 흘러 영화 시작 후 15분 만에 황위쉬안과 리쯔웨이가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드라마 <상견니>에서 왕취안성과 황위쉬안은 비행기 사고로 미래를 함께할 수 없다. 연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황위쉬안은 타임슬립을 하고, 둘은 다시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또다시 이별을 맞는다. <상견니>는 타임슬립을 통해 ‘두 사람은 미래를 함께할 수 없다-두 사람은 사랑에 빠질 운명이다’라는 명제를 거듭 반복하며 <상견니>의 메시지를 완성해나간다. 상대가 어떤 시간대에 머물든 누구의 몸속에 있든 간에 서로 내면의 상대방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영화 <상견니> 역시 마찬가지다. 리쯔웨이와 이별하게 된 2017년의 황위쉬안도 타임슬립을 한다. 타임슬립의 전제는 두 가지다. 우바이의 <Last Dance>를 들을 것. 과거에 나와 동일한 외모의 사람이 있을 것. 다만 영화는 드라마처럼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대신 황위쉬안이 사고가 일어나기 3년 전인 2014년 천윈루의 몸으로 타임슬립한다. 문제는 2014년이면 황위쉬안이 리쯔웨이와 연인인 시기라, 천윈루가 나타났을 때 리쯔웨이는 ‘내가 황위시안’이라고 말하는 두명의 여자를 동시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설정 속에서 영화 역시 미래에서 온 황위쉬안이 과거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누구의 영혼이 누구의 몸에 들어간 것인지 드라마 속 미스터리를 다시금 이어간다.

영화 <상견니>의 각본을 쓴 여안현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상견니> 최종판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영화 속에 숨겨둔 단서들을 밝혔다. 드라마와의 연결성을 위해 황위쉬안이 2017년에 상하이로 발령난다는 설정을 더했고, 황위쉬안과 천윈루, 리쯔웨이가 타임슬립을 통해 만나는 날짜가 7월10일인 까닭은 7+1+0의 합인 숫자가 8로 무한루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등장하는 욕실 장면에서 리쯔웨이의 칫솔 위치로 시공간이 달라진 점을 드러냈다거나 황위쉬안이 천윈루의 몸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영화 32분째로, 드라마에서 상징적 숫자로 여겨진 ‘32’를 영화에도 활용했다. 32는 달력에서 찾을 수 없는 시간을 상징하는 숫자다.

“과거로 돌아가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요.”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인물들은 차가운 진실을 마주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아픈 과거를 딛고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여안현 작가는 ‘드라마에서 황위쉬안, 리쯔웨이의 희생으로 구원받았던 왕취안성과 천윈루가 영화 버전에서는 모두를 구원한다’는 게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인물들은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타임슬립을 반복하지만 <상견니>가 강조하는 것은 영원보다 값진 ‘순간’이다. 모든 것이 꿈인 양 두 주인공이 손가락을 거는 장면이 있지만 그 순간이 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견니>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과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무한의 시간 속에서 증명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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