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제작에 대한 콘텐츠 산업 전반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관객의 반응과 평가를 쉽게 가늠할 수 없던 지난해 극장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제작사와 연출자 모두 시리즈쪽에서 높은 기대를 받았다. 먼저 올해 주목해야 할 제작사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압도적 득표를 내세우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연이은 두 번째 호과(好果)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2022년 넷플릭스 <D.P.> <지옥>, 티빙 <몸값>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2위와 3위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환혼> <빅마우스> <작은 아씨들> <슈룹>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과 CJ ENM의 신규 콘텐츠 스튜디오인 CJENM 스튜디오스가 나란히 올랐다. 이어 투자배급사 NEW의 계열사 스튜디오앤뉴가 4위를, 네이버웹툰의 자회사로 다양한 IP 베이스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N이 5위를 기록했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2023년에 주목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여러 플랫폼에 어울리는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시즌제로 작품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시도”로 기대감을 높인다.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제작사”로서 “현 시대와 동시 호흡하는 이야기, 대중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저력을 보여준 성과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올해 <D.P.> 시즌2와 <지옥> 시즌2, <유쾌한 왕따>, <기생수: 더 그레이>, 영화 <소울메이트> <발레리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야>(가제) 등 다채로운 소재의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산업 관계자는 “2023년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콘텐츠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하나의 포맷에 포화되지 않고 영화, 드라마 모두 두루 제작하며” 시장의 균형을 맞춘다는 의견을 남겼다.
2위를 차지한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에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는 많은 산업 관계자의 예측이 잇따랐다. “뛰어난 기획 개발력으로 개성 강한 고유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장성 높은 IP와 예상치 못한 감독과 작가, 제작진을 공격적으로 섭외”한 결과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더 글로리> 파트2, <셀러브리티>, <경성크리처>, <스위트홈> 시즌2 등을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3위에 오른 CJ ENM 스튜디오스는 CJ ENM의 콘텐츠 제작 기지로 지난해 4월 신설되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최고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집단으로서 수준 높은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멀티스튜디오 시스템 전략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CJ ENM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를 수 있을지” 등 관심의 목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CJ ENM 스튜디오스는 오랫동안 한국영화의 주축이 되어온 용필름을 비롯하여 모호필름, 블라드스튜디오, 본팩토리, 에그이즈커밍 등을 흡수합병했다. 이에 따라 각 제작사가 스튜디오 산하 레이블로 운영되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CJ ENM 스튜디오스는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독전2>를 선보일 예정이다.
4위에 오른 스튜디오앤뉴는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캐스팅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디즈니+ 시리즈 <무빙>과 동명 웹툰 원작의 <해시의 신루> 등 4편의 드라마를 공개할 예정이다. 5위를 차지한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로 한국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와 시리즈를 제작한다. 올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비질란테> <머니게임> <닭강정> 등을 선보일 예정이며,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다룬 IP” 확보를 통해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안길호, 한준희 감독 높은 평가
“스타일리시한 시네마틱 드라마를 연출한다”, “김은숙 작가의 탁월한 대본을 넘어서는 유려한 연출”, “전작 <비밀의 숲>을 뛰어넘는 탁월한 감각이 여전하다” 등의 호평 일색과 함께 안길호 감독이 올해 기대되는 연출자 1위에 올랐다. 2022년의 대미를 장식한 <더 글로리>가 일군 성취이자 결과다. 그를 향한 표심은 “장르를 타지 않는 입체적인 연출”로 “배우의 최정점을 이끌어낸다”는 평을 비롯하여,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심도 깊고 차분하게 풀어낸 데서 기인한다. 처음으로 시즌제가 아닌 파트제를 선택하여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연장시키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한준희 감독은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함께 <D.P.> 시즌2로 주목받았다. 특히 “오랫동안 업계에서 추구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을 실질적으로 실천”한 작품으로 “제한된 기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빠르게 제작해낸다”는 긍정적 의견이 공통적으로 전해졌다. 한준희 감독에 관해서는 “한국에서 쇼러너 개념의 직책을 충분히 맡을 수” 있을 만큼 여러 부문을 다각도로 섬세히 살피고, “폭력적이고 불편한 상황을 유연하게 극화하여 폭넓은 메시지를 담아낸다”며 연출자로서 장점을 꼽았다. <D.P.>에 이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던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에서 “신인감독, 신인배우, 신선한 소재를 찾아내어 대중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22년을 메운 두 작품에서 드러나는 “창작을 향한 열정과 열의, 그에 준하는 양질의 결과물”이 한준희 감독을 향한 지지를 설명해준다.
3위에 오른 김용화 감독은 올해 개봉을 앞둔 SF영화 <더 문>으로 주목을 끌었다. <더 문>은 사고로 우주에 홀로 불시착한 인물과 그를 구하려는 지구의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김용화 감독이 ‘올해 주목해야 할 연출자’ 톱3 중 유일하게 영화로 선택받았다는 점이다. 2022년의 극장가는 쉬이 점칠 수 없고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지만, “<더 문>이 어떤 우주 공간을 그려낼지” 산업 관계자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사후세계를 성공적으로 그려낸” 그의 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더 문>이 극장에서 개봉하면 “국내 최초 극장 개봉한 우주 SF영화”가 되기 때문에 “한국 블록버스터의 미래를 예측할 시금석”이 될 거란 긍정적 평가도 잇따랐다.
4위는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미술과 음악에 대한 감각과 영상미를 두루 갖춘” <작은 아씨들>을 선보였던 김희원 감독이 선택받았다. 김희원 감독은 올해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을 선보인 박지은 작가와 차기작 <눈물의 여왕>의 공동 연출로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할리우드로 진출한 봉준호 감독과 SF 장르의 <호프>를 선보일 나홍진 감독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K크리에이터로서” 다음 행보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나홍진 감독은 “나홍진 감독 영화에 외계인이 등장한다는 것부터가 흥미롭다”는 기대평을 받았다. <호프>는 <곡성> 이후 7년 만에 황정민 배우와 나홍진 감독이 호흡을 맞추며 시골외딴 마을에 외계인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